“살만 빼는 시대는 끝났다”…비만 관리의 새로운 기준은 ‘근력’

  • 등록 2025.12.17 01:14:57
크게보기

손아귀 힘 강할수록 비만 합병증·사망 위험 낮아진다는 대규모 연구

비만을 관리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체중계 숫자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체중보다 ‘근력’이 더 중요한 건강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페닝턴 생의학연구소의 윤 셴(Shen Yun) 박사와 강 후(Hu Gang) 박사 연구팀은 손아귀 힘(악력, 握力)이 강한 사람일수록 비만으로 인한 장기 기능 손상과 사망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내분비학회(The Endocrine Society) 공식 학술지인 '임상 내분비학 및 대사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JCEM)'에 게재됐다.




손아귀 힘이 건강을 말해준다?

연구진이 주목한 지표는 다소 의외다. 바로 ‘악력(握力)’, 즉 손으로 물건을 꽉 쥐는 힘이다. 악력은 간단한 기구로 몇 초 만에 측정할 수 있지만, 전신 근력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 대규모 건강 데이터베이스인 UK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9만 3천여 명의 성인 데이터를 활용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평균 13년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하며 악력 수준과 비만 관련 장기 기능 손상,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대상자에는 체지방이 증가하기 시작한 ‘전(前)비만 단계’의 성인도 포함됐다.


근력이 강할수록 합병증 위험 낮아

분석 결과, 악력이 강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비만이 실제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악력이 표준편차(SD) 1단위 증가할 때마다 비만 전 단계에서 첫 기능 이상으로 진행할 위험은 약 14% 감소했다.

특히 악력이 가장 강한 상위 3분위수 그룹은 두 가지 이상의 기능 이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사망 위험이 약 23% 낮았으며, 심장 질환, 간 기능 이상, 신장 기능 저하 등 비만과 연관된 주요 장기 손상 발생률도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전체 사망 위험 역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체중이나 체지방 수치가 비슷하더라도 근력이 약한 사람들은 건강 악화 위험이 더 높았다. 이는 단순히 “살이 찌면 위험하다”는 기존 인식을 넘어, 같은 비만 상태에서도 신체 기능, 특히 근력 차이가 건강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왜 근력이 중요한가

전문가들은 근육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근육은 혈당 조절, 지방 대사, 염증 반응 조절 등 몸속 대사 시스템의 핵심 기관으로 작용한다. 근육량과 근력이 충분하면 체지방이 늘어도 대사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지만, 근육이 부족할 경우 작은 체중 증가도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악력은 측정이 간단하고 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지표”라며 “체중이나 체질량지수(BMI)만으로 건강 위험을 판단하기보다, 근력 지표를 함께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중 감량보다 ‘근육 유지’가 중요할 수도

이번 연구는 비만 관리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조건 살을 빼는 것보다 근육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걷기,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 일상 속 근력 운동만으로도 근력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체중 감량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비만 관리의 새로운 메시지

이번 연구는 체중 중심의 비만 관리 방식에 한계를 지적하며, 근력이 건강 위험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비만과 대사질환 관리는 숫자를 줄이는 싸움이 아니라, 몸의 기능을 지키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손아귀 힘처럼 사소해 보이는 지표가, 미래의 건강 위험을 가늠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지도 모른다.

남채윤 기자 yoon.digs@gmail.com
Copyright dangnyoshinmun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로6길 9-1 1층(남가좌동) 등록번호: 서울, 아54751 | 등록일 : 2023-03-16 | 사업자 등록번호: 633-10-02957, | 통신판매업신고증:2023-서울서대문-0693호 | 건강식품:제2023-0088388, 의료기기:1674, 구매안전서비스이용확인증:41-2007-0018678(특허청) | 발행인 : 남형철 | 편집인 : 진필곤 | 전화번호 : 02-6381-3131 Copyright dangnyoshinm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