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 강의 모래를 세었다

  • 등록 2023.12.27 15:40:07
크게보기


<박미산의 당신을 위한 시>

 

갠지스 강의 모래를 세었다

 

-김윤

 

강이 저문다

 

건너편에

장작더미가 산같이 쌓여있다

화롯불 같은 화장터 불빛이

열 개나 타고 있다

지친 마음이 따뜻하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재 올리는데

젊은 비구니 스님이

항하사 항하사 항하사

독경하며

수 십 번 외우더니

 

항하사에 앉아

해 지는 것을 본다

손바닥에 모래를 올렸다

 

아무도

항하사의 모래를 셀 수 없다

 

큰 새가 한 마리 지나갔다

슬픔 같은 무엇이 물풀에 걸려 흔들리며

천천히 가라앉았다

 

돌아갈 배가 왔다

 

-기억은 시리고 더듬거린다(서정시학,2023)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바로 전 달인 1999년 12월에 필자는 인도로 배낭여행을 갔었다.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바라나시 갠지스강이다.

갠지스강은 힌두교인그리고 인도인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며 공경의 대상이다.

갠지스강은 또한 불경에서 항하(恒河)라고 부른다.

항하사는 갠지스강의 모래처럼 끝없이 많아 셀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항하사와 같은 수없는 중생이 갠지스강으로 들어가서 자기 옆에 시체가 둥둥 떠내려가는데 빨래와 목욕심지어 그 물을 떠서 마시기도 하고 이 물을 신성한 물이라며 좋은 그릇에 고이 담아 신주 모시듯 담아간다.

시인은 나처럼 이 모든 광경을 갠지스강 건너 모래밭에 앉아 손바닥에 모래를 얹으며 보고 있다돌아가신 아버지의 시린 기억과 슬픔과 돌아갈 집을 생각하면서,

올해도 며칠 안 남았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꼽아보며 내가 돌아갈 곳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요하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미산(시인백석흰 당나귀 운영)


남형철 기자 hchnam@naver.com
Copyright dangnyoshinmun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로6길 9-1 1층(남가좌동) 등록번호: 서울, 아54751 | 등록일 : 2023-03-16 | 사업자 등록번호: 633-10-02957, | 통신판매업신고증:2023-서울서대문-0693호 | 건강식품:제2023-0088388, 의료기기:1674, 구매안전서비스이용확인증:41-2007-0018678(특허청) | 발행인 : 남형철 | 편집인 : 진필곤 | 전화번호 : 02-6381-3131 Copyright dangnyoshinm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