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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 만들어내는 높은 치사율, 췌장염



췌장은 복부에 있는 비교적 작은 장기로 길이는 12~15cm, 무게는 80~100g 정도이고 노란색을 띠며 길쭉하게 생겼다. 위장의 뒤쪽, 척추(Spine) 앞쪽에 위치하여 후복막강 안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장기이다. 해부학적으로 머리, 몸통, 꼬리 부분으로 나누며 췌장액을 분비하는 실질조직과 이것을 운반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췌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췌관은 담관과 함께 십이지장으로 연결되어 섭취한 음식물과 섞이고 소화작용을 하게 된다.


  췌장의 기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인슐린, 글루카곤과 같은 호르몬은 분비하여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췌장염(Pacreatitis), 가성 낭종, 췌장암 등의 질환을 일으키는 장기이다. 췌장암의 경우 인체에 생기는 모든 암 중에 1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자칫 때를 놓치면 치명적인 질환으로 발전하는 췌장염에 대해 급성, 만성으로 나누어 알아 보자. 


급성 췌장염Acute pancreatitis

"며칠 전부터 열이 나고 배가 아파요."

  50대 남성이었다.

  "술 냄새가 나는데 어제 약주 하셨나요?"

  "네. 사실 제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십니다. 사는 게 재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배가 아파도 어제도 술을 마셨습니다."

  한탄하듯 말하던 환자는 몸을 웅크리며 고통스러워 했다.

  "일단 여기 누우시죠."

  "아이고, 배야! 아이고, 나 죽네. 선생님. 못 눕겠어요."

  누워서 진찰을 하려는데, 바로 눕기도 힘들다며 괴성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내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하였다.

  "그럼 옆으로 돌아누워 무릎을 구부려 보세요."

  간신히 진정을 시킨 후, 살펴보니 좌측 옆구리 쪽에 검푸른 색의 멍이 보였다.

  "혹시 왼쪽 옆구리를 어디에 심하게 부딪힌 적 있으세요?"

  "아니요, 그런적 없어요. 아이고, 배야."

  술을 마시고 기억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도 되었지만, 환자의 통증 정도가 흔히 개인병원에서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외과 전문의인 필자의 경험상 급성 괴사성 췌장염이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급성 췌장염 같습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응급차를 타고 상급병원으로 가세요."

  빠르게 전원 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그 환자는 본원에 다시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때 병원에서 다들 조금만 늦었어도 생명이 위독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나의 판단이 생명을 살리다니 정말 뿌듯한 순간이다.


  급성 췌장염은 상복부와 배꼽 주위에 지속적이며 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증상이 많다. 경우에 따라 등이나 옆구리, 하복부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똑바로 누우면 더욱 아프고 몸을 구부리거나 무릎을 굽히면 증상이 호전된다. 음식이나 알코올을 섭취하면 통증이 악화되니 금식을 해야 하며 오심, 구토와 같은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급성 췌장염은 음주와 담석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80% 이상을 차지한다. 수술, 내시경 검사, 고중성지방혈증, 고칼슘혈중, 감염, 약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의 진단은 전형적인 복통과 혈액 검사엥서 췌장 소화효소인 아밀리제(Amylase), 리파제(Lipase)의 수치 상승 여부와 CT나 복부초음파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해서 진단할 수 있다.


  실제 이런 환자를 초기 진료 시 진단이 잘못되거나 지연되면 엉뚱한 방향으로 치료하다 때를 놓쳐 예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80% 이상의 환자는 후유증 없이 일주일 내에 잘 회복되지만, 일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환자처럼 괴사성 췌장염과 같은 중증의 급성 췌장염으로 발전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또 췌장액이 췌관 밖으로 누출되어 가성낭종(Pseudocyst)과 같은 합병증을 만들 수도 있다.


  급성 췌장염의 원인이 대부분 알코올이기 때문에 술을 먹지 않는 것이 치료에 가장 기본이며 금식을 해서 췌장의 분비 기능을 쉬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수액과 전해질,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보존적인 치료로도 대부분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담석이 췌관을 막아서 생긴 췌장염은 내시경을 통해서 담석을 제거해 막힌 췌관을 재개통시키면 치료된다.


  평소 과도한 음주를 하거나 건강 진단에서 담석증을 진단받은 환자 중에 갑자기 상복부의 통증이 심하게 발생하거나 등 쪽으로 방사되는 경우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췌장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보기를 추천한다. 췌장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매우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만성 췌장염Chronic pancreatitis

급성 복통을 유발하는 급성 췌장염과는 다르게 만성 췌장염은 무증상부터 간헐적인 복통을 호소하거나 만성적인 소화불량, 체중 감소, 설사, 식욕 저하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인다. 다만 만성 췌장염의 복통은 심한 경우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 할 정도로 심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만성 췌장염은 인구 10만 명당 4~30명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남성에게 3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음주와의 연관성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실제 환자의 70% 이상이 음주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과음하는 모든 사람 중에 단지 5% 내외에게서 만성 췌장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음주 이외의 다른 요소가 관여하고 있을 거라 추측되기도 한다. 실제 만성 췌장염은 음주 외에도 흡연, 과한 고지방, 고단백 식사, 유전적인 요인 등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만 10~15% 환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췌장염으로 분류된다.


  급성 췌장염이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과는 다르게 만성 췌장염은 지속적인 염증으로 췌장이 섬유화되고 내분비, 외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비가역적으로 망가져서 정상적으로 회복이 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췌장의 주기능은 소화액과 인슐린을 분비하여 소화를 돕고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췌장의 고유 기능이 망가지면 탄수화물과 지방을 분해하지 못해 설사와 지방변이 나타나고 당뇨가 발생할 수 있다.


  만성 췌장염의 진단은 자세한 문진과 이학적인 검사가 중요하며 영상학적인 검사로는 복부초음파, CT, MRI 등이 있다. 최근에 초음파 내시경이 정확한 췌장염의 진단과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침습적인 검사로는 역행성 췌담도 내시경을 이용하여 진단과 함께 막힌 췌관을 뚫고 췌관 스텐트 시술 등을 하기도 한다.


  만성 췌장염의 치료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통증 치료, 흡수장애 개선, 당뇨 치료가 그것이다. 통증 치료는 기본적으로 음주, 흡연을 금하며, 과도한 고지방, 고단백 식사의 제한, 심한 경우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다만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췌관의 폐색이 있는 경우 내시경을 이용하여 좁아진 관을 넓혀주고 스텐트를 삽입하며 췌석을 제거해주는 치료를 할 수 있다. 흡수장애로 인한 설사와 지방변은 췌장 효소제를 경구 투여하면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


  만성 췌장염으로 인한 당뇨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발생하므로 경구 혈당 강하제보다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2년 이상 경과된 만성 췌장염의 경우 췌장암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알코올과 연관된 만성 췌장염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65%로 보고 하고 있다. 만성 췌장염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어 음주와 흡연을 반드시 피해야 하고 고지방, 고단백식을 과도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잦은 복통과 설사,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갑작스러운 당뇨 발생은 만성 췌장염의 가능성이 높으며 때를 놓치지 말고 바로 자세한 검진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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