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가 귀찮다면 의심하자, 갑상선

  • 등록 2023.06.06 01: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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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칼에 손바닥을 깊숙이 베인 30대 여성이 내원하였다. 출혈이 심해 매우 겁을 먹은 상태였다. 안정을 시키고 국소마취를 한 뒤 상처 부위를 꿰맸다. 환자는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돌렸다 천장을 봤다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상처 부위를 다 꿰매고 환자를 보는데 아직도 끝난 줄 모르던 환자는 눈을 꼭 감고 천장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목 중간 부위가 튀어나와 보였다.

  "잠시만요, 여기가 의심스럽네요. 촉진을 좀 해 봅시다."

  환자는 그제야 뜨더니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환자의 목을 살살 눌러 보며 촉진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멍울이 만져졌다.

  "초음파 검사를 해 봅시다."

  초음파로 살펴보니 석회화가 진행되어 있는 결절이 보였다. 아무래도 갑상선 암이 의심되었다. 갑상선 결절에 미세침 흡인 세포 검사와 혈액 검사를 진행하였다.

  "선생님, 저 갑상선 암인가요?"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초음파상으로는 아무래도 좀 의심스럽습니다. 암이라고 하더라도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손쉽게 수술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환자의 검사 결과는 암이였고, 내시경 수술을 진행하였다. 손을 베어 찾아온 병원에서 갑상선 유두암을 발견하다니 운이 좋은 경우다. 환자도 운이 좋았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일인데, 덩어리지듯 튀어나온 것이 딱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오랜 진료 경험에서 오는 감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임상에서 접하는 갑상선 질환은 크게 갑상선 내에 생긴 결절 혹은 종양으로 인한 문제와 갑상선호르몬의 혈중 부족 또는 과잉에서 오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또는 항진증으로 나눌 수 있다.


갑상선 결절

실제로 갑상선 결절의 10% 정도만이 목에서 만져지거나 육안적으로 보이고 대부분 환자는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치료 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결절의 크기가 1cm 이하이면 전문의가 촉진하여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발견되었을 때 환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 혹이 과연 암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성인 인구의 30% 정도에게서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고 여자가 남자보다 3~4배 많이 발생한다.

  양성 갑상선 결절의 발생 원인은 잘 밝혀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갑상선암은 일부 유전적 요인과 방사선에 노출 병력 등이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 결절은 암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없어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일부의 경우 결절이나 암이 주변의 식도나 기도를 압박해서 연하 곤란이나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고 성대 주변 신경을 압박하여 목소리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나 흔하지는 않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갑상선 혈액 검사(갑상선호르몬, 칼시토닌 등), 갑상선 스캔, 갑상선 초음파 등을 시행해야 한다. 초음파상 갑상선 결절의 크기가 크거나 석회가 보이거나 가로보다 세로로 길거나 표면 마진이 불규칙하거나 하는 소견이 보이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 

  암이 의심되면 바로 가는 바늘을 이용하여 미세침 흡인 검사(Fine needle aspiration biopsy)를 시행하게 된다. 이때 2~3회 찔러 세포를 흡인하게 되는데 바늘이 가늘어 아프지는 않지만 세포량이 충분치 않을 경우 재검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세침 흡인 검사가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이나 위양성, 위음성의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다른 임상증상과 비교하여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갑상선 결절의 치료는 양성의 경우 필요치 않으며 초음파 검사로 주기적인 추적 관찰로 충분하지만 악성이 의심되거나 추적 관찰 중 종양이 빨리 커지는 경우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양성종양이지만 크기가 매우 커서 미용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도 수술을 할 수 있다. 과도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성 종양의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갑상선 암의 경우 갑상선을 절제 하거나 한쪽(갑상선) 엽을 절제하게 되는데 수술 후 조직 검사와 병기에 따라 재발을 막기 위해 갑상선호르몬 치료를 하거나 수술로 미처 제거하지 못한 갑상선 조직을 모두 파괴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옥소 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다. 갑상선 수술 중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으로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후두신경 손상에 의한 목소리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수술 중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는 암 중에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의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고 비교적 예후가 좋은 유두암이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9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1cm 미만의 크기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건강검진의 보편화와 진단기술의 발달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본원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경동맥 초음파와 같이 시행하고 있는데 거의 같은 시야에서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갑상선의 결절 유무와 결동맥의 동맥경화증에 의해 막힌 정도를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검사 방법으로 많이 시행하고 있다. 갑상선 결절과 암은 특별한 예방 방법도 없고 원인도 대부분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이나 다른 질환 치료시에 간단한 초음파 검사와 촉진 등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Hypothyroidism

갑상선호르몬(Thyroid hormone=TH)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자극호르몬(Thyroid stimulating hormone=TSH)의 자극으로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의 전반적인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그래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대사 과정이 저하되어 추위를 많이 타고, 변비, 무기력증, 피부 건조, 탈모, 땀 분비 감소, 체중 증가, 서맥, 집중력저하, 기억력 감퇴 등이 나타나게 되고 쉽게 피곤하며 의욕이 없어지게 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원인은 원발성(일차성) 원인과 이차성 원인으로 나뉜다. 이차성 갑상선 저하증은 시상하부, 뇌하수체의 이상으로 주로 발생한다. 95% 이상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원발성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 중 대부분이 자가면역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인한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떨어져 발생한다. 일부에서 수술, 방사선치료 등으로 갑상선의 일부 절제 및 전체 파괴로 발생하기도 하고 기타 갑상선 호르몬의 합성 저하 등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앞서 기술한 증상들과 혈액 검사상 TH감소, TSH증가, 자가면역항체의 증가 등으로 가능하며 갑상선 결절이 함께 있는 경우 조직 검사를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 질환이나 의식불명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치료하여야 하며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하루 한번 경구 투약하면 된다.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특별한 부작용은 없고 투여 기간은 질환에 따라 다르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Hyperthyroidism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과도한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식욕이 증가하는데도 이유 없이 체중이 빠지고, 맥박이 빨라지고, 더위를 잘 타며, 잦은 설사, 피로감, 불안감이 나타나는 등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반대되는 증상이 생기며 급성 발작으로 나타나는 경우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원인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그레이브병(Graves' disease)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중독성 결절 갑상선종, 중독성 선종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진단은 앞서 열거한 증상과 증가된 TH, 감소된 TSH, 자가면역항체 양성 등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 또한 저하증과 반대로 항갑상선제(안티로이드, 메티마졸)를 투여하여 치료하고 치료 기간 또한 원인과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약 복용 후 2~3주 후면 항진증으로 인한 대부분의 증상들은 호전되지만, 검사 결과상 TSH가 정상으로 좋아지는데 3~4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좋아지는 데는 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보통 1~2년 정도의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드물게 갑상선 절제술 같은 수술이나 방사선 동위원소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젊은 여성(20~40대)에게서 대부분 발생한다.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심한 피로감과 더위에 대한 민감성이 커지고 잦은 설사 등이 동반되는 증상을 보이는 여성은 바로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형철 기자 hch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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