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행복한 힐링여행(가제)
봄꽃이 아름다운 사찰, 3선
글과 사진 / 송일봉(여행작가)
#‘삼색삼매’의 향기 흐르는 사찰, 구례 화엄사
전라남도 구례군에 있는 화엄사는 백제 성왕 때인 544년. 인도 승려인 연기조사가 창건했다. 장육전 벽을 화엄석경으로 치장했던 지리산의 대표적인 고찰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육전과 화엄석경은 임진왜란 때 완전히 소실되고 말았다. 장육전은 조선 숙종 때인 1703년에 중건되면서 그 이름도 ‘각황전’으로 바뀌었다.
화엄사는 언제 찾아도 좋은 사찰이지만 이른 봄날에는 ‘삼색삼매’를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삼색삼매’는 말 그대로 “세 가지 색을 가지고 있는 매화 세 그루”를 가리킨다. 그 주인공은 붉은색의 각황전 홍매, 분홍색의 상월매, 흰색의 만월당 백매다. 어떤 매화가 가장 예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는 매화나무들이다. 하지만 ‘삼색삼매’가 모두 만개한 모습을 보기는 매우 힘들다. 나무의 특성에 따라서 조금 일찍 만개하는 매화도 있고, 조금 늦게 피는 매화도 있기 때문이다.
화엄사 ‘삼색삼매’ 가운데 가장 유명한 나무는 각황전 홍매다. 이 매화나무는 화엄사 각황전을 중건한 계파선사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고목이다. 각황전은 숙빈 최씨(숙종의 후궁)의 시주로 1703년에 중건되었다. 그러니까 각황전 홍매의 수령은 320년이 되는 셈이다. 각황전 홍매는 해마다 3월 하순이면 짙은 향과 함께 붉은색 예쁜 꽃망울을 터트린다.
화엄사 일주문 근처에서는 분홍매인 상월매를 볼 수 있다. 이 매화나무는 ‘상월’이라는 스님이 심은 나무라서 ‘상월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상월 스님이 이 매화나무 아래에서 자주 염불을 했다 해서 ‘염불매’라고 불리기도 한다. 본래 상월매는 화엄사 운고각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자리를 옮겨 다니다가 지난 2013년이 되어서야 화엄사 일주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상월매를 지나 화엄사 대웅전을 향해 조금 걸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또 다른 매향이 코를 자극한다. 화엄사의 ‘삼색삼매’ 가운데 하나인 만월당 백매가 품어내는 향기다. 만월당은 화엄사의 노스님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마당이 꽤 넓다. 그 마당 한 켠에 있는 백매는 상월매 보다 일찍 피었다가 진다.
화엄사 근처의 지장암에서도 귀한 봄꽃을 찾아볼 수 있다. 국가지정유산인 천연기념물 로 지정되어 있는 ‘화엄사 올벚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올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 일찍 꽃이 피는 것이 특징이다. ‘화엄사 올벚나무’는 고은 시인의 장편소설인 ‘피안앵(1962년, 彼岸櫻)’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피안앵’은 사찰 경내 또는 그 주변에 있는 벚나무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찾아가는 길 :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나들목⟶국도 19호선⟶광평삼거리⟶국도 18호선⟶화엄사
#겹벚꽃이 아름다운 사찰, 순천 선암사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선암사는 대한불교 태고종의 총본산인 ‘태고총림’이 있는 곳이다. 그 이름부터 아름다운 선암사는 순천시 승주읍의 조계산(해발 884m) 기슭에 터를 잡고 있다. 백제 성왕 때인 529년에 아도화상이 초창한 이후로 신라 말기에 도선국사가 ‘선암사’라는 이름으로 정식 창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즈넉한 절집의 품위가 돋보이는 선암사는 봄에 찾아가면 좋은 사찰이다. 좋은 여행지를 찾아가는데 굳이 절기를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선암사만큼은 꼭 봄에 찾아가야 한다. 그것도 사찰 전체가 아름다운 꽃동산으로 변하는 4월 하순 무렵이 아주 제격이다. 영산홍을 비롯해 산철쭉, 자목련, 동백 등이 저마다의 자태를 한껏 뽐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경을 연상케 한다.
선암사 경내의 여러 나무 가운데서도 매화나무, 차나무, 와송, 영산홍, 자산홍 등은 특히 유명하다. 칠전선원(호남제일선원)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영산홍과 자산홍, 지난 2007년 11월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 그리고 옆으로 멋지게 퍼지면서 자라는 와송 등은 그 수령이 약 60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선암사 입구에는 먼 옛날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아름다운 계곡이 길게 이어져 있다. 바로 이 계곡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는 강선루와 승선교는 선암사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아치형 돌다리인 승선교의 반달형 홍예를 통해 바라보는 강선루의 단아한 자태는 그야말로 ‘한 폭의 잘 그려진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선암사 칠전선원은 그 유명한 ‘칠전선원차’가 만들어지는 공간이자 스님들의 수행공간이다. 칠전선원의 달마전 앞에는 근사한 석정(돌샘)인 ‘4단다조’가 있다. 4단은 각각 상탕, 중탕, 하탕, 말탕이라 불리는데 상탕은 차를 끓이거나 불전에 올리는 청정수로, 중탕은 밥을 하거나 마시는 물로, 하탕은 세수를 하는 물로, 말탕은 빨래를 하는 물로 사용되고 있다. 같은 물인데도 이렇게 등급을 매겨놓은 것이 재미있다.
선암사에서 유명한 전각은 팔상전 뒤에 있는 원통전이다. 사찰 건물로는 특이한 ‘정(丁)’자형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이 전각이 조선 23대 왕인 순조의 탄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후사가 없어 걱정이 많던 정조는 눌암 스님에게 100일 기도를 부탁했고 그 결과 순조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후 순조는 자신의 친필로 ‘천(天)’, ‘인(人)’자와 ‘대복전’이라는 현판 글씨를 써서 하사했다. 이 같은 연유로 원통전 내부에는 지금도 ‘대복전’ 현판이 걸려 있다.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승주나들목→857번 지방도→선암사
#국내 유일의 청벚꽃을 만날 수 있는 사찰, 서산 개심사
충청남도 서산시에 있는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인 654년 혜감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당시의 이름은 개원사였다. 그 후 고려 충정왕 때인 1350년 처능대사가 중창을 하면서 개심사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마음을 여는 절’이라는 뜻의 예쁜 이름을 가진 개심사는 들어가는 길에서부터 기분을 좋게 한다. 사찰 입구의 일주문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야트막한 오르막길이 나타나는데 그 초입에 ‘세심동’이라 쓰여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호흡과 마음을 정리하게 만드는 쉼표기능을 가진 표지석이다.
세심동 표지석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5~10분쯤 오르면 마침내 개심사의 범종각이 눈에 들어온다. 범종각 앞에는 직사각형의 인공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그 한가운데로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개심사 뒷산이 풍수지리학적으로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어서 물을 많이 마시는 코끼리를 위해 일부러 만든 연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