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최대 관심사가 정상 체중 유지일 것이다. 늘 내가 살이 찐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집집마다 체중계가 없는 집이 없다. 심지어 전문시설에나 있을 범한 체지방량을 측정해주는 체중계가 가정용으로 보급되어 있을 정도다. 많은 사람이 아침마다 체중을 재고, 식사하고 재고, 자기 전에 재며 자신의 체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럼에도 현대인의 각종 지표는 비만을 향하고 있다. 맛있는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인 요즘 우리는 더욱 비만과 과체중을 경계해야 한다.
비만
미디어에는 늘 새로운 맛있는 음식이 노출된다. '푸드포르노'라고 불릴 만큼 노골적이고 다각적인 음식에 대한 노출은 대중들엘 '맛있겠다. 먹고 싶다'란 생각으로 이끌고 이는 실제 섭취로까지 이어진다.
매해 새로운 단어를 뽑아 사전에 등재하는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2017년 한국에서 유래한 단어를 선택하였다. 'Mukbang'. 우리말로 '먹방'이라고 발음되는 이 단어는 '먹는 방송'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아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먹방'은 '많이 먹기', '특이한 음식 먹기', '새로운 음식 먹기', '혼자 먹기', '만들어 먹기' 등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이 생성된다. 이는 기존의 미디어와 새로운 매체인 유튜브 등 가릴 것 없이 인기 주제다. 이것이 인기 주제인 이유는 '먹방'을 주제로 영상으로 제작하면 많은 사람이 시청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결국 과체중과도 연결된다. 실제 국내 남녀 평균 체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문명의 발달은 사람들에게 영양과다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체 활동 환경을 제공하였고,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만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만은 단지 몸에 지방이 많이 축적되어 뚱뚱한 체형을 만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 질환의 발생을 높여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킨다. 또 대장암, 유방암, 간암 등 악성종양의 발생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만은 유전적, 환경적인 원인이 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기며 내분비 기능 이상과 약물들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섭취한 에너지가 소모한 에너지보다 많을 때 생긴다.
비만은 수치화한 비만지표가 있는데,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이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BMI)이다. BMI가 20~25 사이를 정상 체중으로 보고 20 이하는 저체중, 25~30은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본다. 또 복부 둘레에 따라 남자는 90cm 이상, 여자는 85cm 이상을 복부비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물론 같은 체질량 지수가 하더라도 평소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따라 비만도 적용이 다르다.
비만을 극복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적게 섭취하고 많이 움직여 섭취한 에너지보다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으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평소보다 하루 500kcal 정도 적게 먹고 30분 이상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에 좋다는 식품, 살이 쏙 빠진다는 운동법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다.
비만 극복을 위한 식단은 일단 무조건 굶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과체중 환자의 경우 이미 병원에 오기 전 손쉽게 할 수 있는 굶는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고 실패한 뒤 찾아온다. 문제는 우리 몸은 매우 똑똑해서 이런 실패를 모두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끼니를 맞춰 먹어야 한다. 대신 다음과 같은 유의사항을 고려하여 섭취해야 한다.
첫째, 케이크, 과자, 아이스크림과 같은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피한다.
둘째, 밀가루, 흰 쌀밥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를 피하고 잡곡류의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셋째, 채소 위주로 식이섬유가 많은 식사를 한다.
넷째, 달걀, 생선, 육류 등 적당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즉, 매 끼니 영양소 중 빠지는 것이 없는 균형 있는 식단에 당 섭취를 피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식단을 챙겨 먹으면 포만감이 유지되고 급격한 혈당 증가가 발생하지 않는다. 식단과 더불어 꾸준한 운동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식사 섭취를 의심하던 몸이 점점 우리를 믿게 되고 기초대사량이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면 요요현상이 줄어든다.
식단과 운동만으로 비만 극복이 어려운 경우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약제는 오르리스탓, 콘트라브(부푸로피온+날트렉손), GLP-1 작용제가 있다.
이 약제들은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지만 부작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오르리스탓 계인 제니칼은 섭취한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섭취량의 30% 정도를 대변으로 배설하게 된다. 효과적으로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약제로 안전하게 쓰이고 있으나, 변에 기름이 함께 나오는 지방변이나 설사와 같은 묽은 변을 수시로 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콘트라브는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는 좋으나 오심, 구토 같은 부작용이 있다.
GLP-1 작용제의 경우 원래 식사 후 장에 분비되어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두 가지 작용이 있어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삭센다라는 피하주사제로 다이어트 목적으로 많이 처방되고 있다.
그 외 식욕억제제로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토피라메이트 등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는데, 이 약제들이 우울증, 뇌전증 치료제로 개발된 약제여셔 장기간 사용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2달 이내로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비만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며 유전적인 소인이 강해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실천 가능한 식이조절과 꾸준한 운동 습관만이 비만을 극복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심각한 질환을 예방하는 길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체중감소
비만은 스스로 문제로 자각하는 경우가 많고 의학적, 사회적 연구가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부터 80세가 넘은 노인까지 어떻게 하면 비만이 없는 삶을 살 수 있는가 질문한다면 줄줄 내뱉는 말이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식이섬유 골고루 들어간 건강한 식생활을 바탕으로 주 3회 꾸준히 운동한다."
전국민이 공식처럼 줄줄 외우고 있는 이 문장이 실제도 정상 체중 유지의 기본이다. 여기에 폭식, 과식 등을 금하는 절제가 어우러지면 단순 비만에 의한 과체중에 대한 염려는 접어두어도 된다.
이렇게 과체중에 대해서는 해박한 우리가 상대적으로 저체중에는 관심이 없다. 주변 누군가가 몸무게가 적게 나가 고민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걱정해주기보다 부러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쩌면 자랑을 돌려서 말하고 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체중과 마찬가지로 저체중 역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저체중 환자의 수명 역시 과체중 환자처럼 적정 체중인 경우보다 짧다. 계속 유지해야 할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사실을 '마름'에 몰두한 현대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저체중이며, 어느 정도의 체중 감소한 병원을 방문해야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수치일까.
일반적으로 의학계에서는 6~12개월 동안 5% 이상의 체중 감소가 있으면 비정상적인 감소로 보고있다. 또 BMI가 20~25를 적정체중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체중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수치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평소 건강하고 균형 있는 식단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운동을 하며 자신이 느끼는 건강한 컨디션, 그때의 체중이 본인의 적정 체중이라고 생각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의미 있는 체중 감소가 있다면 어떤 질환을 앓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으므로 병우너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체중 감소로 병원을 방문하는 성인 환자는 전체의 1~3% 정도이고 고령층일수록 더 많은 비율의 환자가 체중 감소를 호소한다. 우리의 몸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에너지와 신체활동에 의해 소모하는 에너지가 균형을 맞추면 체중을 유지하고, 그 밸런스가 깨지면 체중이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이것은 생리적인 체중 감소이고 그 밖의 원인으로 사회적, 정신적인 이유도 있으나 의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악성종양(Malignant tumor-Cancer), 내분비 질환(Endocrine disease), 위장 질환(Gastrointestinal disease), 심장 질환(Heart disease), 폐 질환(Lung disease) 등이 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악성종양일 것이다. 소화기계에 발생한 암이 음식 섭취에 직접 문제를 일으켜 체중을 감소시키지만 기타 장기에 발생한 암도 체중 감소와 식욕 저하, 무기력, 만성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화불량과 등쪽의 통증을 동반하는 체중 감소는 췌장암을, 또 배변 습관의 변화와 복통을 동반하는 체중 감소는 대장암을, 소화불량과 구토를 동반하는 체중감소는 위나 식도암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내분비계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당뇨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다. 당뇨의 경우 초기에 다음, 다식, 다뇨와 함께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열과민성 또는 열 불내성, 심계항진, 설사, 발한 등을 동반하는 체중 감소가 특징이니 참고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위장 질환은 장폐색, 흡수장애, 소화성 궤양과 기능성 소화장애 등이 음식 섭취를 줄여주어 체중 감소의 원인이 된다. 그 외에도 드물지만 결핵, 에이즈, 기생충 등의 감염병과 정신, 신경 질환에서도 체중 감소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약물 부작용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전체 환자의 1/4은 각종 검사와 자세한 문진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지 못한다. 이런 경우엔 다행히 예후는 그리 나쁘지 않다. 건강한 성인도 60세 이후에는 매년 0.5%의 체중 감소가 생리적으로 발생한다. 노인의 경우 근육, 지방의 감소, 위장운동저하, 정서장애, 치과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체중이 감소한다.
의미 있는 체중 감소는 욕창, 골절의 가능성을 높이며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중 감소는 원인 질환의 치료롤 해결될 수 있으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 심리치료나 운동처방, 영양식 등을 추가하고 식욕촉진제 등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체중 감소는 그 자체를 병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질환의 한 가지 증상일 수 있으므로 의미 있고, 원인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 체중 감소 환자는 간과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원인과 치료법을 의사와 같이 고민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