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엄마는 어디로 갔을까
-손현숙
그때, 엄마는 이마도 반듯해라 머리는 은제 반달핀으로 틀어 올렸네 앞머리는 귓불까지 흘러내리고 젖무덤 앞섶에서 달랑거리던 작고 반짝, 반짝 목걸이
지금은 왜, 내 모가지에서 갈피를 못 잡는가 엄마가 갈퀴손으로 엉거주춤 내 목을 죈다 한글도 날짜도 새끼도 저마저도 놓아버린, 그러나 끝끝내 지키고 싶은 마지막 가오는 오줌,
오 분에 한 번, 십 분에 한 번, 방금 일 본 것조차 까맣게 까먹고 조바심치는,
속곳을 차례로 끌어내려 시원하게 오줌을 누이네 쏟아지는 노구를 온몸으로 받아 안아 떡 진 머리칼 빗기다 말고 그 많던 엄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나는 지금,
-『멀어도 걷는 사람』,(리토피아, 2023)
우리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엄마는 내가 필요하다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내 눈앞에 갖다주는 전지전능한 신이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엄마를 보내주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 같던 엄마는 자신도 새끼도 한글도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누워있다.
반듯했던 이마도
치렁치렁했던 머리칼도
봉긋했던 젖무덤도 사라진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존심은 여성성.
치부를 딸에게조차 보이고 싶지 않은 엄마는
오 분에 한 번, 십 분에 한 번, 방금 소변 본 것마저
까맣게 잊고 조바심친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나의 모든 것을 맡겼듯이
이제 나는 엄마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엄마, 쉬~~~
박미산
시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시 전공. 문학박사. 백석, 흰 당나귀 운영.
2006년 <유심> 시 등단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 『흰 당나귀를 만나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