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술병이 돌아간다
술이 돌아간다
바람개비가 돌 때
한 사내가 돌아간다
술은 돌아 돌아
어디로 흘러가는가
계곡물이 흘러간다
술이 흘러간다
한 사내가 흘러간다
세상의 심층
내장의 어느 계류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
아, 나도 어지럽게
새 세상 만나러
돌아 돌아 간다
-문효치『헤이, 막걸리』, (지성의 상상 미네르바, 2023)
모든 사람의 인생은 마치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어지럽게 돌아간다.
인간의 삶은 평온하게 햇볕을 받을 때도 있고
광풍에 몰아치며 미친 듯 돌기도 한다.
그럴 적마다 우리들은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인다.
좋아서 한 잔, 고달파서 한 잔, 울분에 쌓여서 한 잔.
술은 돌아 돌아
계곡으로 흘러가고 벼랑 앞에 다다를 때
사람들은 혼신을 다해
세상의 심층으로 몸을 날린다.
우리는 마음을 고쳐먹고
무색 무미의 삶을 유색 유미의 새 세상을 만들면서
오늘도 막걸리를 마신다.
헤이, 막걸리!
박미산
시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시 전공. 문학박사. 백석, 흰 당나귀 운영.
2006년 <유심> 시 등단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 『흰 당나귀를 만나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