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생산 재개해야
국내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임신부에서 필수적인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인 담즙산 결합수지 계열의 콜레스티라민(cholestyramine) 제제가 생산 중단되어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이사장 김재택, 이하 학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 사업단장인 이상학 교수(연세의대 심장내과)가 쓴 ‘최근 담즙산 결합수지 생산 중단과 임신 여성의 고민’이라는 특별 기고문에 따르면 임신부에게 필요한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의 생산 중단이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상지질혈증, 특히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는 흔히 스타틴으로 치료하지만, 임신부에게는 스타틴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제인 담즙산 결합수지는 장내에서 작용하여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으며, 임신 중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20~40세 가임기 여성 중 약 12,000명이 심한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임신 여성에게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유전적으로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원할 경우 치료제의 부족은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안전이 최우선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치료제의 생산 중단은 국가적인 출산율 저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문제다.
그동안 국내에서 담즙산 결합수지 계열인 콜레스티라민 제제는 한 업체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왔으나 지난해 초부터 생산 중단된 상태로 임신부 외에도 소아 환자, 담낭절제술 후 설사가 발생한 환자에서 약물을 구할 수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콜레스티라민 제제가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등을 통해 생산이 재개될 것을 촉구에 나섰다.
[별첨] 담즙산 결합수지 생산 중단과 임신 여성의 고민
연세의대 심장내과 이상학 교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 사업단장)
검진에서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오면 (고지혈증) 당사자는 흔히 놀라서 병원을 찾는다. 부담 없이 처방받아 쓸 수 있는 고지혈증약(스타틴)이 30여 년 전부터 나와 있고, 가격도 싼 편이라 고지혈증인 사람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스타틴이 제일 우선적으로 쓰이는 약이지만 콜레스테롤이 너무 높거나 스타틴으로 충분이 안 떨어질 때는 몇 가지 다른 약을 쓰기도 한다. 이중에 하나가 담즙산 결합수지다. 이 약제는 장으로 배설되는 콜레스테롤을 싣고 있는 담즙과 결합해서 재흡수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핏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춘다.
약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일반인과 달리 임신한 여성은 피해야 하는 약이 많다. 고혈압약, 심장약 중에도 그런 약이 있다. 고지혈증도 마찬가지인데, 임신부에서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어서 스타틴은 보통 쓰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올라간 임신부는 그래서 고민이다. 세계 의학계에서는 임신부에서 제일 적합한 고지혈증약으로 담즙산 결합수지 복용을 권하며,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유일한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약제가 장에서 작용하고 혈액 내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몇 달 전까지 고지혈증약을 꼭 써야 하는 임신부가 있으면 이 약을 처방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 이 약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임신부도 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고, 특히 타고난 고콜레스테롤혈증 중에 아주 심한 경우에 더 그렇다. 이런 사람은 국내 500명당 1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국내 20~40세 가임기 여성이 620만 명 정도이고, 심한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비율을 1/500로 계산하면, 가임기 여성 중에 어림잡아 12,000명이 아주 심한 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12,000명 중 임신한 여성은 지금 국내에서 쓸 수 있는 고지혈증약이 없다는 뜻이다.
출산율이 낮다 못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임신하고 싶어도 약 하나가 없어서 스트레스가 되고 아기 갖기를 꺼리게 되는 것은 문제다. 이 약제가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되고 계속 쓸 수 있게 되기를 정부 당국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