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걷기 좋은 길’
글과 사진 / 송일봉(여행작가)
전라남도 담양군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길을 걸을 수 있는 명소들이 여러 곳 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역시 늦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인기가 많다. 늘 푸른 대나무와는 달리 메타세쿼이아는 해마다 11월이 되면 잎이 노랗다 못해 붉은색처럼 보일 정도로 멋지게 단풍이 들기 때문이다. 메타세쿼이아는 ‘화석식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무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들여온 이후로 가로수와 조경수로 많이 심었다.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상 주로 전라남도 담양군을 비롯해서 화순군, 보성군, 전라북도 순창군의 국도변에 많이 심었다.
.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옆 생태연못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걷고 싶어 하는 길’ 가운데 하나
담양군에서는 1972년에 담양군청과 담양군 금성면 사이의 국도 24호선에 5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 1,300본을 가로수로 심었다. 이후 속성수인 메타세쿼이아는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처럼 울창한 숲길을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은 그냥 단순한 탐방로가 아니다. 담양군민들이 힘을 합쳐서 지켜낸 길이기 때문이다. 메타세쿼이어를 베어내고 넓은 도로를 만들려고 할 때는 담양군민들이 결사반대를 했고, 근처에 국도 24호선이 새로 확장된 이후에는 옛 도로의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었다.
이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걷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길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은 지난 2002년에 산림청이 주관한 ‘아름다운 거리숲 대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당시 건설교통부가 주관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로컬 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약 2km에 이르는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에는 49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져 있다.
가수 김정호 노래비
*아름다운 연못가에 ‘김정호 노래비’가 세워져 있기도...,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은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명소다. 탐방로 곳곳에 화장실과 주차장 등 탐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최근에는 탐방로 한쪽에 폭 2m 정도의 ‘맨발 탐방로’도 조성해 놓았다. 탐방로 옆에는 자연친화형 연못도 조성되어 있다. 이 연못 주변에서 바라보는 메티세쿼이아길의 늦가을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주변에서는 둘러볼만한 곳들이 많다. 그 볼거리 가운데 ‘가수 김정호 노래비’도 포함되어 있다. 담양에 ‘김정호 노래비’가 세워진 것은 김정호 씨의 외할아버지가 담양 출신의 판소리 명창인 박동실 씨라는 인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5년에 세워진 이 노래비에는 “음~ 생각을 말아요 / 지나간 일들은 / 음~ 그리워 말아요 / 떠나갈 님인데~”로 시작되는 ‘하얀 나비’ 가사가 새겨져 있다. ‘김정호 노래비’ 근처에서 알록달록한 목장승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목장승들은 지난 2003년에 국도 15호선 ‘담양읍~월산면 구간’을 확장할 때 베어낸 10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로 제작되었다.
죽녹원첫집의 _한우떡갈비정식
*미각을 자극하는 담양의 별미들
담양에는 여행자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별미들이 유난히 많다. 대표적인 별미로 떡갈비, 대나무통밥, 순대 등이 있다. 떡갈비는 “먹기 좋도록 한우 갈빗살을 잘게 다져서 떡처럼 만든 갈비”를 가리킨다. 치아가 약한 노인들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노갈비’ 또는 ‘효갈비’라고 부르기도 했다. 떡갈비는 수저가 아닌 젓가락으로 조금씩 떼어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나무통밥은 밥솥 대신 2~3년생 대나무를 사용해서 짓는 담양의 별미다. 쌀 외에도 찹쌀, 콩, 밤, 은행, 대추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만점이다. 아울러 대나무통밥을 지을 때 나오는 죽력(대나무 즙액)은 면역력 향상과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담양의 순대도 유명하다. 충청 이북의 순대는 채소나 잡채를 많이 넣지만 담양의 순대는 선지에 채소를 조금 넣는 것이 특징이다. 순대 재료에 곡류와 채소, 두부 등이 골고루 들어가 있어서 훌륭한 철분 공급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진우네집국수’와 ‘김순옥댓잎찹쌀도너츠’도 최근 들어 담양의 간식거리로 인기가 많다. 특히 ‘김순옥댓잎찹쌀도너츠’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온 이후로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김순옥댓잎찹쌀도너츠’ 가게 바로 옆에는 한우떡갈비와 대나무통밥, 죽순회무침 등을 잘하는 음식점인 ‘죽녹원첫집’(전화 061-381-4021)이 있다.
▲찾아가는 길 : 광주대구고속도로 담양나들목⟶국도 24호선⟶‘담양 메타세쿼이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