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 보름치라 성공이라기 보다는 확 좋아지고 있는 현재형 후기입니다. ^^
안녕하세요?
지난 1월 중순경, 47세의 나이로 당뇨 확진을 받고 이제 서야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이제 한 달 보름 정도 됐는데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의 경과와 나름 관리했던 후기를 올려봅니다.
1. 당뇨 가족력 보유자 & 무절제 식습관
저희 아버지는 이제 햇수로 당뇨 32 년 차 이십니다. 인슐린 펌프도 이제 20 여 년 이상 차고 계십니다.
가족력을 이미 갖고 있었던 거죠.
저는 살아온 인생 동안 빵, 떡, 달콤한 과자 등을 전혀 좋아하진 않았으나, 성인 되고 난 이후, 음주와 폭식을
자주 했었습니다. 특히 고기와 라면은 주 3회 이상, 음주는 주 4~5회는 기본이었죠.
그나마 운동은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해왔고 (매일 줄넘기 1 만회 이상, 홈트 근력 운동 등) 운동한 만큼 아니 그 이상, 폭음과 폭식을 마치 보상인 마냥 폭주 기관차처럼 절제 없이 해왔습니다.
운동한다는 핑계로 수년 동안 이온 음료도 매일 거의 1.5리터 한 병을 다 마시곤 했습니다.
2. 당화혈색소 13.8, 공복 및 기저 혈당 380 이상
문제는 작년 12월 초, 어느 순간 미친 듯이 갈증이 났고 하루는 그 추운 날씨에도 입 속이 타는 듯 하여 아이스크림 하드를 그 자리에서 8개를 뚝딱 해치우고 그래도 갈증이 안 풀려 음료수를 계속 들이부었습니다.
그 날 이후 다갈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그만큼 다뇨 증상이 확 몰려왔는데, 30분에 한번씩 소변을 봤고 특히 취침 이후 새벽 시간에도 정확히 1시간 만에 한번씩 깨서 무지막지한 양의 소변을 보며 좀비가 돼갔습니다.
이제 올게 왔다는 예감, 당뇨가 드디어 왔다는 예감이 들면서 두려워지더군요. 소변으로 어마무시한 거품과 끈끈한 당이 배출되는 게 확연히 보였죠.
그렇게 빠져나가는 만큼 살도 약 열흘 만에 15킬로 정도 확 빠지고, 몰골은 나날이 처참해지더라구요.
그렇게 비실비실 말라가던 중 하루는 출근 전 샤워를 하고 나와서 세상이 핑핑 돌면서 곧 쓰러질거 같단 생각이 들었고 와이프도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 둘다 긴급 연차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피검사, 소변검사 등 다 해보니 당화혈색소 13.8, 혈당은 공복이었는데 380 이상이 나왔더라구요.
의사 왈, 어떻게 병원에 걸어서 왔느냐! 좀만 더 늦었으면 의식 없이 앰뷸런스 실려서 왔을거라 하더군요.
바로 안저 검사, 상/하지 말단 검사 등 합병증 정밀 검사를 했고 워낙 긴급 상황이라 수액과 인슐린도 맞고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 해야한다고 했지만, 그 당시 연말이라 회사에 중요 일정들이 연달아 있어서 그냥 비 입원으로 겨우 돌렸고, 인슐린 자가 주사와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리브레도 마치 훈장처럼 달았고요.
3. 빡센 관리 돌입
인슐린은 기저(트레시바) 약 32단위, 속효성(피아스프) 약 12 단위 투여를 처방 받았고 아침 저녁 내복약도 함께 처방 받았습니다.
자가 피하주사는 인생 처음이고 끼니 전마다 제 배를 찌르는 것이 무섭긴 했지만, 지금으로써는 저를 살리는 유일한 녀석이 인슐린이라 두려움이고 나발이고 한번도 거르지 않고 주사를 놨네요. 그때부터 혹독한 식단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아침식사를 항상 거르는 저희 가족이지만 그때부터는 와이프가 매일 새벽5시에 일어나 샐러드며 잡곡밥, 단백질 식단을 어김없이 차려줬고 저 역시 일말의 불만 없이 샐러드 -> 단백질 고기 -> 탄수화물의 순서대로 섭취하였습니다. 물론 간식이나 군것질은 단 1도 없었고 빡 세게 식단 관리를 시작했네요.
그 좋아하던 운동은 혈당 200 이상이면 하면 안된다고 하여 중단했고 마치 수도승의 일과처럼 정확한 식사시간과 식사량을 준수했으며, 인슐린도 혈당 추이를 고려하여 주입량을 조절했습니다.
제 인생에 한번도 없었던 이런 규칙적인 식사와 절제된 생활을 한 지, 약 보름 후 혈당은 그때서부터 잡혔고 (공복 80~100사이, 식후 140~ 최대 180, 기저 110 정도) 예상 당화혈색소은 쭉쭉 내려가서 7점대 미만으로 잡히더군요.
그제서야 혈색도 돌아오고 확 빠졌던 살이 예전으로 약간씩 돌아오며 기력이 점차 회복이 됐습니다. 약간의 여유도 생겨서 식사시간 사이 허기질때 통밀빵 한입 정도도 섭취해줬는데 인생 처음으로 저혈당도 수차례 와서 인슐린도 확 줄이고 하는 시기도 왔습니다. (기저 8, 속효성 2 -> 어마어마하게 줄었죠? ㅎㅎ)
4. 한달 보름 후 숙검
이런 생활이 이제 많이 익숙해지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면서 그리 좋아했던 술도 이젠 아예 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지난 주말 병원에 숙검을 다녀왔는데... 의사쌤, 엄청 놀라시더군요. 이렇게 단 시간만에 좋아진 케이스는 처음 본다며... 당뇨환자들에게 제 사례를 두루두루 전파해주고 싶은 케이스라며... 극찬을 하시더군요.
당화혈색소는 6.5%가 나왔고 혈당도 거의 정상인 수치, 콜레스테롤, 콩팥 수치도 정상 수준 등등...
인슐린 투여는 이제 그만하고 약으로만 가자고 하셨습니다. 진짜 많이 감격했고 옆에서 와이프는 눈물 흘리고...
5. 소감
참 감사하고 감격적 이었습니다. 그간 와이프는 맞벌이임에도 불구, 매일 아침 저녁으로 샐러드와 유기농, 저당 식품 등등으로 정성스레 식사를 차려줬고 항상 제 혈당을 체크했으며 유튜브, 서적 등 공부를 통해 완전 전문가가 될 정도로 지극 정성으로 챙겨줬습니다. 와이프 아니었으면 전 아마 이 세상 사람 아닐거라 생각되고 제 목숨을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너무 감사하고, 말도 안되는 수치에도 버텨준 제 췌장에도 너무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끝이 아닌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뇨 선배이신 아버지도 방심은 금물, 정신줄 놓아버리면 당신처럼 인슐린펌프 행이라며 더 빡 세게 관리하고 신경 쓰라고 하시네요.
전적으로 동감하며 평생 잘 관리하여 마치 2회 차 인생이 마냥 와이프와 딸내미를 봐서라도 한 순간이라도 정신 놓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가겠단 굳은 다짐을 다시 해본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그리 술과 고기, 라면을 좋아라 했던 사람인데... 이젠 샐러드 없는 식사는 상상도 못하고, 술은 아예 생각 안나고 술자리에선 기꺼이 탄산수를 마시며 재미나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건강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감사한 마음이 무한 샘솟고 있는, 이렇게 제 자신이 많이 변화되었다는 게 가장 기쁘고 감사할 뿐입니다.
두서없이 긴 글을 썼는데, 이 카페에서 그간 많은 좋은 정보와 용기나는 후기 등등을 보며 어서 빨리 나도 좋아져야겠다라고 마음을 다 잡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고, 앞으로도 평생 장기전을 치뤄야하는 상황에서 회원분들께 좋은 정보도 공유하며 소통하면서 모두 다 건강해지는 그 날까지 열심히 관리하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저보다도 더 열심히 관리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저처럼 많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달 보름만에도 확 좋아질 수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고 여기 산 증인이 있으니 아무쪼록 용기 내시고 항상 화이팅하시어 건강한 인생, 행복한 인생 함께 살아나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긴 글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모두 화이팅!!
당뇨와건강/파파햇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