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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24시간 상주 주치의를 둬야 한다. PCMH(Patient-Centered Medical Home, 환자 중심의 주거지 의료 시스템)

당신도 24시간 상주 주치의를 둬야 한다




2025년, 당장 내년이면 한국은 만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이는 예상이 아니라 확정이다. 실제로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19.4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가 변하는 만큼 의료 생태계 역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분적·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비대면 일반진료, 건강상담, 비만 상담 등 분야를 진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의 강재헌 교수

이제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 고령화 사회와 건강 문제를 위해 나서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국내 디지털 치료·차세대 헬스케어 연구를 선도하며 현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의 강재헌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본부 본부장, 대한디지털치료학회 회장 등을 맡는 등 차세대 헬스케어 연구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본인의 전공과 현재 하는 일이 일견 보았을 때는 조금 다른 분야로 분산되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모두 같은 방향으로 귀결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본인은 가정의학 전공으로 전문의가 되었으며, 이 전공으로 29년째 교수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석사는 보건학(역학 전공), 그리고 박사는 예방의학을 전공했다. 이처럼 공부를 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하며 절실하게 느낀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진료 시간이 정말 짧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의료 대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의료 문턱은 낮은 편이다. 대한민국의 의료환경과 그 서비스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실제로도 효율적이고, 의료 비용도 상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환자당 절대적인 진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저렴하고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피치 못할 고육지책이다.

사실 우리 의사들도 눈앞의 환자에게 더 많은 이야기와 교육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예약이 된 환자들을 모두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언감생심이다. 가끔가다 정말 심각하다 싶은 환자는 잠시 더 시간을 내어 여러 가지 환자교육과 권고를 전하지만, 그마저도 다음 순서로 줄 서 있는 환자분들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 의사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또한 질병이 발생하여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당장 큰 병에 걸린 환자가 진료 한번, 치료 한번, 복약 한번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저분이 조금 일찍 제대로 조치를 받았더라면'이라는 것이다. 5년 전에, 10년 전에 똑같은 문제에 대해 상담을 좀 받고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했으면, 결과가 좀 다르지 않았을까?

참고로 환자당 진료 시간이 한국보다 길다는 나라의 평균 진료 시간이 15분 정도다. 이것도 사실 충분치 않다. 한 의사가 당뇨나 고혈압 환자를 담당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진료는 몇달에 한번씩이다. 그 몇달간의 간극을 의사 혼자 오롯이 판단하고 의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비효율적이지 않을 수 없다.

 

- 24시간 케어, 우리도 가능하고, 해야 한다

다행히 이젠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스마트 기기를 통해 집에서도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기기 가격과 서비스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것이 좀 더 발전되면 미국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는 개념인 PCMH(Patient-Centered Medical Home, 환자 중심의 주거지 의료 시스템)가 가능할 수 있다. 이 개념의 장점은 '24시간' 의료 서비스다. 사실 웬만한 사람이 아닌 이상 주치의를 24시간 상주시킬 수 없다. 반면 이런 디지털 기기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이 되고, 여기서 문제가 감지되면 의료진과 비대면 연결이 되며, 심각할 경우는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응급실에서는 미리 대처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시스템이라면 주치의가 상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이같은 스마트 헬스케어는 환자에게뿐 아니라 의료기관에게도 효율적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약만 받으러' 오는 환자가 꽤 있다. 먹던 약이 떨어졌는데, 처방전이 필요한 약인 만큼 진료를 받으러 와야 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기본적인 비대면 건강 모니터링과 수치 측정만으로 충분히 관리 받을 수 있고, 그것은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이 담당할 수 있다. 그렇게 여유가 생긴 진료 인력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 스마트 헬스케어, 의료 관리 수준은 Up, 비용은 Down

환자 입장에서 스마트 헬스케어가 낯설다고 꺼려질 수 있지만,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일차의료(Primary Health Care, 연령, 성별에 관계 없이 응급의료를 포함한 기본적인 의료를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질적 수준을 높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부유한 선진국들에도 적용되지만, 의외로 개발도상국 등의 가난한 나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과거에는 가난한 나라에 대한 의료 분야의 원조가 병원을 지어주고, 의료 교육과 의료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디지털헬스 기술을 이용한 헬스케어의 자문, 디바이스 제공, 앱과 웹을 이용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역의 평균 소득과 무관하게,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보다 비용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임상의로 멈추지 않고, 스마트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배경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오픈마인드가 된 것은, 일종의 '퀀텀 점프'를 본 쇼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이 본과에서 공부하는 동안, 청진기로 심장 진단하는 것 하나를 무려 3개월씩 배웠다. 또한 신경과와 신경외과에서 해머로 뇌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찾는 공부도 몇 개월씩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렇게 몇개월씩 배웠던 것이 심초음파, MRI, CT 등의 등장으로 그 중요성이 감소하였다. 기술의 혁신이 의료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는 장면은, 아직 젊었던 본인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그런 경험을 몇 차례 거치자, 새로운 기술과 장치에 대해 점점 열린 마음이 되었다.

물론 의료에서 신뢰성은 당연히 중요하다. 따라서 신기술을 적용할 때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어떤 기술이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었고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꺼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 비대면 진료, 스마트 헬스케어로 완성된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 시기의 전화 진료 상담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비대면 진료라 하면 화상 진료까지 확대되는데, 일반 전화 비대면 진료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화상으로 전달되는 피부색, 표정, 환자가 취할 수 있는 자세와 그로 인한 통증 등이 모두 중요한 진료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해외 공관에 발생한 환자에 대한 원격 진료를 실시했던 기억이 난다. 환자의 설명에 따르면 흉통과 가슴두근거림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상당히 심했지만, 사실 이것이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심각한 심혈관질환인지 환자의 호소와 증상만으로 판별하기는 힘들기 마련이다. 다행히 공관에 비대면 심전도 검사기가 있었고, 이를 통해 원격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한 심전도 검사 결과를 통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또한 여기에 기반한 의료적 소견을 현지 의사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외국 현지 의료진에 대한 언어 문제와 신뢰도 문제도 극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마트 헬스케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그 진가를 발휘한다.

 

- 집이 마지막 병원

물론 스마트 헬스케어가 직접 대면 진료보다 절대적으로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는 정말 큰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원격 심전도 측정기, 스마트 청진기, 그리고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의 모니터링 장비가, 진료실에서 의사가 사용하는 청진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의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청진기로 환자의 몸을 진찰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환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더 상세한 데이터를 훨씬 간편한 방식으로 환자와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런 안정감까지도 줄 수 있는 것이다.

청진기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는 진료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런 스마트 기기들은 시간적, 공간적 제한이 없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의료 서비스 수준은 올라가고, 그 비용은 비슷하거나 더 낮아진다. 이것이야말로 의료 혁신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헬시에이징학회에서 '집이 마지막 병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 헬스케어와 별개로 비만의 위험성을 역설해 왔다. 사람들은 보통 비만이 '단순히 좀 뚱뚱해진 것'이라 생각하는데, 비만은 왜 위험한 것인가?

비만은 사실 외모와 미용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많은 치명적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거의 모든 질병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당장 구체적인 예시만 꼽아봐도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관절염, 그리고 최소 15종 이상의 암이 떠오른다.

미래 헬스케어와 비만은 일견 보면 연관이 없을 수 있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비만으로 인해 만성질환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결국 모두 연결된 것이다.

 

- 만성질환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가정의학과 예방의학을 전공 했지만, 본인이 의사로서 가장 많이 만나는 환자는 만성질환자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비만을 유발하고, 비만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건강치 못한 생활습관과 그로 인한 비만만 해결해도 사회의 거시적 건강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이를 개선한다고 해서 만성질환이 '제로'가 될 것이라 단언 할 수는 없지만,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 경우, 만성질환이 치명적인 중증질환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미리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가장 '스마트한' 방법

특히 이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한정적인 의료 인력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성 질환은 조기 관리가 중요하고, 그것에 스마트 헬스케어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다. 만성 중증 질환이 스마트 기술을 통한 조기 경고와 진단, 예방 등으로 관리될 수 있다면, 원래 여기에 투입되어야 했을 인력 역시 다른 시급한 곳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이던, 일본이던, 다른 어느 나라던, 의료 인력과 의료 보건비용은 충분할 수 없다. 스마트 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야말로 예방의학에 있어 중요한 격언이며, 스마트 헬스케어야말로 만성질환의 발생을 줄이고 중중화를 예방하는 가장 '스마트한' 방법이다.

의사로서의 다음 목표는?

의사 생활을 35년 했으니, 이제 정년이 5년 남짓 남았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쌓아온 경험은 우리 사회가 본인에게 준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 고민을 해봤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이를 실제로 지탱할 구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개인의 목표이다.

또한 아직도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보건의료 지식과 정보의 전달 문제이다. 사람들이 건강 정보를 얻는 경로를 조사해 보니 1위가 '인터넷'이고 2위가 '주변 지인'이다. 의사 등 보건의료인은 10%가 채 되지 못한다. 물론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는 의사들 탓도 없지 않다. 다만 근본적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는 의료체계의 구조적 결함이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도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중 일부로 의료기관이나 정부기관의 공식 앱이나 채널을 통해 건강 카드뉴스, 쇼츠 영상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1인당 진료 시간이 좀 늘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강재헌 교수가 조언하는 건강의 대원칙은?

기대하던 대답이 아니겠지만, 건강에는 특별한 좋은 음식이나 비방이 없다. 인기 없는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 식습관과 운동 중 하나만 고른다면

건강한 삶을 위한 양대 요소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이다. 둘 다 실천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사실 둘 중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기 힘든 것이 현대인의 삶일 것이다. 건강과 운동 중 굳이 하나 고르자면, 건강한 식습관이다. 하지만 둘 모두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기에 하나만 따로 권하는 것은 정말 하고싶지 않은 일이다.

다만 관점을 좀 바꿔서, 실천이 더 쉬운 부분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평소 신체활동량을 늘리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운동이 된다. 이런 부분들을 조금만 더 신경쓰고, 나머지 주의는 건강한 식생활에 기울여주면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재헌 교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예방의학)

보건학석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역학 전공)

의학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학과)

이사장, 대한가정의학회

회장, 대한디지털치료학회

명예시장, 서울특별시

본부장,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본부

교수,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단장,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추진단

연구소장, 성균관의대 임상영양연구소

연구소장, 성균관의대 미래헬스케어연구소

Visiting scholar, University of Sydney 교수,

인제의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임상강사,

삼성의료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강지명 기자 입력 2024.11.06, SPECIAL 특집&기획, MD저널,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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