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는 11월 14일, 지난 11월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비만 진단기준을 기존 체질량지수(BMI) 25 kg/m² 이상에서 최소 27 kg/m²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전했다.
이는 2024년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논의된 사항으로, 대한비만학회는 관련 전문가들과의 협의 없이 발표된 이번 결정이 비만 진단기준에 혼동을 초래하고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번 발표는 BMI와 총사망률 간의 관계 분석 결과에 기반했으며, 공단 측은 BMI 25 kg/m²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으며, 그 이상에서는 사망 위험이 점진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비만학회는 이러한 연구결과가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미 2006년에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존재했다고 밝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 대상 연구에서도 BMI 25 kg/m² 이상에서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일관되게 나타난 바 있다고 전했다.
비만학회는 비만 진단기준을 사망률보다는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비만 진단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예방이 주 목적이며, BMI가 증가함에 따라 동반질환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망률은 개인의 연령, 건강 상태, 흡연 여부, 추적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진단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2024년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BMI와 사망률 간에는 U자형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2년 일반검진 수진자를 10년간 추적한 결과, 정상 체중에 비해 과체중 및 1단계 비만(BMI 25-29.9 kg/m²)에서 사망 위험이 낮았으며, BMI가 증가할수록 만성질환 발생 위험은 증가했다. 특히,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정상 체중 대비 과체중에서 1.55배, 1단계 비만에서는 2.46배 증가했다.
비만학회는 서양의 BMI 30 kg/m² 기준 및 중국의 BMI 28 kg/m² 기준이 각각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에서는 BMI 25 kg/m² 이상이 당뇨병 등 비만 관련 질환 발생 위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또한, 젊은 연령층의 비만 유병률 증가 문제도 심각하게 우려했는데, 20-50대에서 비만전단계부터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및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해당 연령대의 비만 관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진단기준을 상향하는 것이 국민 건강 증진에 역행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하며, "최근 유럽비만학회는 BMI 25 kg/m² 이상에서도 허리둘레-신장 비율이 0.5를 초과하거나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 비만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는 비만 치료의 적시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대한비만학회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비만 진단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들이 자신의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BMI 25 kg/m²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히며, "BMI는 가장 기본적인 비만 진단 도구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허리둘레 측정도 병행해야 한다. 비만 진단기준을 현재의 BMI 25 kg/m²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하는 비만학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비만 진단기준에 관한 대한비만학회 성명서
대한비만학회는 2024년 11월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2024년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비만 진단기준을 체질량지수(BMI) 25 kg/m² 이상에서 최소 BMI 27 kg/m²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발표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합니다. 이 제안은 전 문가 단체인 대한비만학회 및 유관단체와 논의된 바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비만 진단기준에 혼동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비만 진단기준 상향을 주장하는 근거는, BMI와 총사망(all- cause mortality)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이며, 이에 따르면, BMI 25 kg/m²에서 사망위험이 가장 낮았고, 그 이상의 BMI에서 지속적으로 사망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 과는 처음 밝혀진 것은 아니고 이전의 2006년 국내 공단 자료를 이용한 추적 연구에서 제시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 대상 연구에서 BMI 25 kg/m² 이상에서부터 사망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진단을 위한 BMI 기준점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함께 고려해 왔으며, 비만 관련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되 는 BMI 25 kg/㎡ 이상이 비만진단기준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한비만학회가 비만 진단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사망률이 아닌 비만 동반질환을 고려한 것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려는 목적과 함께 체질량지수가 증가함에 따라 비만 동반질환의 발생률은 비교적 일정하게 증가하는 반면, 사망률은 연령, 건강상태, 흡연, 사망 원인 등 집단 특성과 추적기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발간한 2024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2년 공단 일반검진 수진자를 10 년간 추적한 결과 BMI와 모든 사망, 암 사망, 순환계통 사망위험이 U자형 관련성을 보였으며, 정 상체중에 비해 비만전단계(과체중) 및 1단계 비만(BMI 25-29.9 kg/m²)에서는 사망위험이 낮은 경 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형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발생 위 험은 BMI가 증가할수록 높아졌고,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전단계부터 발생 위험이 증가하였습니다.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 췌장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 신장암의 발생 또한 비만도에 따라 증가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2형당뇨병 발생 위험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 전단계에서 1.55배, 1단계 비만에서는 2.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양과 중국의 비만 진 단기준인 BMI 30 kg/m², 28 kg/m² 이상도 2형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기준으로 정 립되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20-50대 젊은 연령층에서 비만 유병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령층은 기대여명이 길고 질환 발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클 수 있으나 비만전단계부 터 2형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및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고령층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 하며, 이로 인한 사망 또한 비만전단계에서부터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됩니다. 비만의 진단 목적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우려를 반영하여 비만 진단기준을 설정해야 합니다.
최근 유럽비만학회는 BMI 25 kg/㎡ 이상에서도 허리둘레-신장 비율이 0.5를 초과하거나 동반질 환이 있을 경우 비만으로 진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하였습니다. 이는 해당 BMI 기준을 27kg/㎡로 제시한 것보다 더 낮추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비만 진단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비만 관련 동반질환 및 합 병증 예방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 목표에 역행하는 제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BMI와 함께 허리둘레를 측정 하도록 권고해왔습니다. BMI는 비만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편리한 도구이지만 절대적인 기 준은 아닙니다. BMI 기준을 사망률과의 연관성만을 근거로 설정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으로 인한 합병 증 동반 위험을 선별하기 위해 비만 진단기준을 반드시 현재의 BMI 25 kg/㎡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힙니다.
대한비만학회 회장 김성래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박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