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검사로 인한 의료비 지출 등을 막기 위해 '15종 이상 검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2일 심평원과 의료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2025년도 선별집중심사 대상 항목 16개를 선정해 지난달 27일 요양기관 업무포털 등을 통해 공개했다.
'선별집중심사'는 심평원이 진료 경향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선정해 사전 예고한 뒤 의학적 타당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다. 주로 진료비가 증가하거나 오남용 가능성이 있어 적정 진료 유도가 필요한 항목이 대상이 된다.
2007년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실시하다, 2023년부터 병·의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새로 추가된 집중심사 항목 7개 중엔 '검사 다종'(15종 이상)이 포함됐다.
그간 외래 검사 청구금액이 계속 늘고 있고, 일부 요양기관이 의학적 필요성이 불분명함에도 일률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게 심평원 설명이다.
병·의원 외래의 평균 검사 개수가 10개 미만임을 고려해 의료계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심사제도운영위원회에서 이번 항목을 선정했다고 심평원은 부연했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의료계에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후보이기도 한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는 성명을 내고 "외래검사 15종 이상을 선별집중심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환자 진료 과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이사는 "소변검사만 해도 10종이며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진료에만도 총혈구검사 5종, 간기능검사 5∼9종 등 15종을 가볍게 넘는다"며 "환자 진료에 충분한 검사 14종을 심평원이 지정하고 책임질 게 아니라면, 15종으로 충분하다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인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도 "고령화로 다양한 질환을 가진 노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복합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합병증 여부를 판별하려면 검사 종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15종 이내로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15종 이상 검사를 실시했다고 해서 무조건 심사 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요양기관별 청구 경향을 분석해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는 기관에 대해 중재 또는 심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검사 다종 청구 비율 상위 기관에 대해 정보 제공, 간담회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청구 추이를 모니터링해 적정 진료를 유도할 것"이라며 "의료계에서도 의학적으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의 올해 선별집중심사 항목엔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지며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 소마트로핀 주사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오남용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도 포함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