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서보는 것이다
영하 이십 도 바람칼이
기둥을 베도
송곳 눈발이 가지에 박혀도
끝내 휘지 않을 초록을 위해
기어이 한번
버티고 서보는 것인데,
춥다
껍질 속으로 차오르는 눈물
감추었지 나도 너처럼
마음 아리나니
누구든 맨몸으로
다 내어놓고 서보면 그때서야
저도 모를 힘이
결기가
뿌리 저 아래 깊은 곳으로부터
불끈
솟아나는 것이었다.
-최보기 『가타하리나 개부치 씨』, (달아실, 2023)
곧 온천지가 아름다운 봄이 올 것이다.
아름다운 봄이 오기 위해선 반드시 기나긴 겨울을 통과해야만 한다.
우리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에 등반하다보면
온몸에 눈을 뒤집어쓴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송곳 같은 바람을 맨몸으로 맞으며 서있는 나무들에게 귀 기울여보라.
나무는 잎도 가지도 다 떨군 채, 속울음을 삼키며 의연히 서있다.
봄을 위해,
초록 이파리를 펼치기 위해,
맨몸으로 버티고 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춥고 힘든 일이 닥쳐올지라도
마음을 고요히 갖고 겉껍데기를 벗어던지며 나 자신을 바로 보라.
벗어던진 맨몸 저 밑바닥에서
나도 모르는 결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힘으로 생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저 설중목처럼 꿋꿋하게,
-박미산(시인, 백석 흰 당나귀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