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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사들

대명사들

 

 

-이송희

 

그들과 저들 사이 내 자리는 따로 없다

 

부여의 사출도(四出道)인가, 개돼지로 불리면서 때

되면 밥 먹여주니 웅크리고 입 다물라 떠도는 유언비

어 속 현행범이 되었다가 천하디천한 우리는 말 한 마

리 값도 안 되고 그녀가 읽어가는 수첩 속 문장에선

우리는 또 저것들과 이것들로 흥정되고

 

이름을 잃은 우리는 대명사로 불린다

 

-대명사들(다인숲 사설시조시선, 2024)

 

 

부여국은 각 지역에 흩어져있는 부족을 지배하는

부족장들이 연합하여 형성되었다.

큰 부족으로는 가축의 이름을 딴 마가(馬加우가(牛加구가(狗加저가(猪加) 등이 있었다.

그 시대는 말, , , 돼지를 숭배했으므로 높은 관직도

가축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되었다.

동물을 숭상하는 토테미즘이 사라진 지 오래된 지금,

그녀는 없는 자들을 그들 고유의 이름 대신 개돼지라 부르며 비하한다.

그녀는 부와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수첩 속에서

그들을 저것들, 이것들로 부르며 흥정한다.

그녀로 인해 사회적으로 이름을 잃고 주체성을 상실한 존재들인 이 대명사는

개인의 정체성과 존엄성이 사라진다.

그녀가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녀도 그녀 이름 대신 대명사로 불릴 것이다.

 

 

 

박미산

시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시 전공. 문학박사.

현재 백석, 흰 당나귀 운영.

1993<문학과 의식>수필 등단

2006<유심> 시 등단

2008세계일보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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