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30대 중반의 여성이 병원에 내원해 3개월 이상 기침이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목 안의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어 자꾸 기침을 하게 되고, 그러고 나면 잠시 좋아지는 느낌이 들다가 곧 다시 같은 증상이 생겨요."
기침은 낮에 호전되었다가 밤에 다시 심해진다고 하였으며 가래나 객혈(피가 섞인 가래)은 없었다. 청진상으로도 기도 천명음(쌕쌕 거리는 소리)과 수포음(거품이 터지는 소리) 등 기관지 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혹시 담배를 피우시나요?"
"술과 담배는 전혀 안 하고 해본 적도 없습니다."
흉부 엑스선 검사와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모두 정상 소견이었다. 목 안을 살펴보니 인후부에 가래 같은 분비물이 보였다. 코 점막은 붓거나 충혈된 소견이 없었다.
"환자분 후비루 증후군(상기도 기침 증후군)이 의심되는데요. 이는 만성기침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혹시 모르니 부비동 엑스선 검사를 해보시지요."
잠시 후 나온 결과에서 좌측 상악동에 염증 소견이 보였다.
"아마도 부비동염(축농증)때문에 2차적으로 후비루 증후군이 생기고 부비동에서 흘러내린 분비물이 인후부의 기침 수용체를 계속 자극해서 기침이 유발된 것 같습니다."
환자는 이비인후과로 전과해서 부비동염을 치료하였고 현재는 만성 기침으로부터 해방되어 편안한 일상을 지내고 있다.
먼지가 많은 작업장을 지나가다 또는 음료를 마시다가 사례가 들어 기침을 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기침은 외부에 유해 물질로부터 기도와 기관지 등 우리의 호흡기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어기전으로 나타나는 생리 현상이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일시적인 기침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경우에 따라 병적인 컨디션으로 인해 기침이 발생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기침은 기간에 따라 나누며, 3주 이내는 급성 기침(Acute cough), 3주에서 8주 사이는 아급성 기침(Subacute cough), 8주 이상은 만성 기침(chronic cough)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기침은 만성 기침이다. 급성이나 아급성 기침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 원인이 해결되면 증상이 개선되며 심각한 질환에 의한 경우는 거의 없다.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은 앞에서 언급된 환자의 경우와 같은 후비루 증후군이다. 후비루 증후군으로는 비염이나 축농증 등이 있으며 분비물이 인후부로 흘러내려 기침 수용체를 자극하여 기침이 발생한다. 이는 원인 질환이 치료되면 함께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질환으로는 천식과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며, 이 질환들 역시 각각의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기침을 개선시킨다.
그 외에 호산구성 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등도 드물지만 만성 기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기관지 확장증은 과거에 앓았던 백일해, 홍역 등의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반복되어 기관지 벽이 손상·확장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화농성 객담(고름 같은 가래)이나 객혈을 동반할 수 있어 세심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폐암도 만성 기침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이미 폐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기검진에서 흉부 엑스선 검사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폐암을 조기진단하는데 매우 중요함을 알려주고 싶다.
기침은 가래의 유무에 따른 마른 기침(Dry cough)과 젖은 기침(Wet cough)으로도 나눌 수 있다. 마른 기침은 후비루 증후군, 역류성 식도염, 천식 등이 있을 때 발생하며 젖은기침은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결핵, 폐렴 등에서 볼 수 있어 기침의 양상에 따라 원인 질환을 유추할 수 있다.
감기나 독감에 걸린 후 1~2주의 기침은 흔히 있을 수 있고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해 볼 것을 권한다. 특히 8주 이상의 기침은 원인 질환을 정확히 찾아 채료해야 기침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고령의 환자는 기침을 하다 골절이나 요실금 등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신경 써서 치료해야 한다./ 출처 사소한 건강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