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꽃
박화배
너의 가시가 나를 찌르지 못하고
무뎌졌을 때 나는 슬프다
꽃잎이 떨어진다 해도
너의 가시가 나를 찌른다면
나는 아프겠지만
아직은 네가 나를 찌를 수 있을 만큼
날카로운 긴장을 가지고 있기에
나는 너의 가시에 기꺼이 찔리리라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의 가시조차도 사랑하는 것이어늘
너의 가시에 찔린들
무엇이 대수이겠는가
계간 『농민문학』 2023 가을호
원래는 가시가 없이 잘 웃던 꽃
내 것이 되고 나서부터 가시가 생겨나 가슴을 찌를 때
군말 없이 다 받아주면 좋겠지만
보통은 받은 만큼 돌려주려고 상대의 가슴을 후벼 판다
꽃이든 나비든 각자 고유의 영역이 있거늘
내 것이라는 굴레에 가두려고 하면 할수록 하는 말마다 가시가 되어 서로의 가슴을 향한다
삶의 일부가 돼버린 승자가 없는 전투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가시가 무뎌졌다고 느끼게 되면 가슴이 철렁한다
어디가 아픈지 내가 모르는 병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가시가 날카롭던 시절이 그리워도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일까 “있을 때 잘해”란 유행가가 히트를 친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톡톡 쏘던 가시가 유순해지는 걸 보며 애잔함을 금할 수 없음이 석양을 바라보는 부부애일 것이다
오늘 저녁엔 가시가 무뎌진 꽃에 다가가 살포시 백 허그를 시도해 봄이 어떨는지
“사랑해”라고 속삭이며.
시인 안성우
경제학박사
2018 계간『인간과 문학』등단
유한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한라엠앤디 대표이사
시집『가면의 시대』
저서『5무인생의 평범한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