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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앞 자리...

버스 앞자리...

눈 내리는 이른 아침 버스를 탔다.
두어 정거장 지났는데 긴 머리칼이 풀어
헤쳐진채로 검은 선그라스를 끼고 짙은 화장을 한 여인이 올라오더니
내가 늘 즐겨 앉는 내리는 문 앞 좌석으로 와서 털썩 내 옆에 앉더니 말한다.

여긴 늘 내 자리인데요.
와 아침부터 풍겨오는 짙은 술냄새..
밤새 술을 퍼마신 모양이다.

쓱 나를 다시 쳐다보더니,
아저씨 여기가 원래 제 자리거든요?
한 대 갈겨서 옥수수를 다 부셔버리나?
어르신? 어르신 맞지요?
이 차 잠실가는거 맞지요.
양재동으로 갑니다.

어? 어쩐지 이상했어.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거 처음이예요.
미친 건가?
기사 아저씨 세워주세요. 나 내려야해요. 잠실로 가야해요!

비척 거리며 일어나서는 또 소리친다. 나 내려주세요. 반대로 가고 있어요 아저씨.. 반대로..
마침 정류장이다. 내리면서 하는 말..
어르신 아침부터 시끄럽게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 원래 제 자리예요.
다음부터는 그 자리에 앉지 마세요. 경고하는 겁니다.
뭐지? 미친건가? 뭐가 불만이지?
다음부터는 출구 앞에 앉지 말아야지!

여러분 모두 조심하세요.
버스 내리는 문 앞자리는 모두 몽따쥬에 있는 이 여인의 자리랍니다.
술냄새가 아직 떠나지 않는다.

정지태/화가 ,작가.의사
‎문구: '‎ت ΑΛΑΆή MAAAA‎'‎의 낙서 그림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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