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식이
정주일
박사니 교수니 하는 사람을 만나도
석박사 그것 별거 아니드라 내가 더 똑똑하드라
판검사를 봐도 그까짓 것― 하였지요
남보다 많이 배우진 않아도
타고난 몸으로 이삿짐을 나르고 있지만
사업이 잘 나갈 때는 자신감 하나로
서울 한복판에 빌딩 하나 짓는다 했지요
한창 날릴 때는 너희들보다 잘났다는 우월감으로
살아드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 나이가되고 보니, 그건
나의 오만과 착각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저 할머니도
초라해 보이는 절름발이 김씨도
지금은 파지를 줍고 있고 리어카를 끌고 있지만
한때는 다 나보다 똑똑하고 잘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저들도 나와 같이 수억대 일의
경쟁을 뚫고 세상에 태어난
선택받은 몸이었습니다
『작은 풀꽃으로 살아도』(오늘의 문학사/2025)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로 희화화해도 불평등은 달라지지 않죠
누구에게나 소중한 생명
선택받았다는 기쁨으로 살든
선택당했다는 원망으로 살든
유한한 삶을 어떻게 가꾸느냐는 각자의 몫으로 남을 뿐이죠
인생이 유한하기에 주어진 시간도 유한해서
한정된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노후가 달라질 수밖에요
재산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기는 매정한 시대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남았나요!
당신은 유한한 삶을 늘리고 싶지 않나요!
남은 재산을 시간에 투자해 보는 건 어때요
파지를 주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나
파인다이닝에서 세끼를 해치우는 사람이나
결국엔 화장로 출구에서 한 줌 재로 만나게 되는 生,
재산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시간을 사서
새끼들 키우느라 살림 늘리느라 접어 두었던 꿈들을 끄집어내어
저질러 보세요
노구를 이끌고 산악 트레킹을 하고
굳은 뇌를 굴려 가며 독수리 타법으로 논문을 쓰고
탐욕으로 가득한 생각의 바구니를 사유로 채워 시를 쓰는 사람들
다 시간을 들여서 유한한 삶을 늘리는 작업인 거죠
당신은 어떠신가요
작은 호기심이라도 실행해 보세요
복지관에서 신문화를 배우거나 가성비 최고라는 독서 여행에 빠지거나
묻어두었던 향학열을 불태워 보거나 그 무엇이든
호기심이 사라지면 우리네 生도 사라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