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K씨
申鉉林
너는 섹스한다 고로 존재한다 놀리지 말게
기타를 안둣 스무 명의 여자를 안았지만
그저 무엇을 찾아다닌 듯하네
여자는 세숫비누와 같네
향기 짙고 부드럽고 나를 씻어주고
다 써버리면 향기는 멀어지고,
나라는 남자는
한 여자만 뼈 깊이 사랑할 수 없나보네
애인이라는 마을에 잠시 묵고 떠나는
여행객처럼 흘려다녔지
유화물감이 튜브에서 굳어지듯 몸의 긴요한 것이
딱딱해질까 두려워 헤맨 듯 해
여자라는 따뜻한 진흙에 따분함을 파묻고
무언가 꽉 붙들고 싶었는지 모르네
연기처럼 흩어지며 늙는 나 자신을 말이야
『세기말 블루스』(창작과비평사/1997)

사내란 숙명적으로 역마 끼를 타고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찾아 헤매는 것은 말초의 탐미가 아닌 숨겨진 향기.
살결의 온기를 안을 때마다 새롭게 스미는 향기에 홀려 이리저리
용을 써가며 탐해 보지만
젖가슴을 빨며 중독 돼버린 어머니의 향기는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고
남는 건 밀려오는 허무뿐.
고독에 절여져 굳은 몸을 따뜻한 우물에 깊숙이 담그면
찾아 헤매던 고향이 여긴가 싶다가도
물이 식고 나면 또다시
움으로 밀어 올렸던 기억의 감각에
뿌리 내리고 싶어
여섯 시에 고정되어 쓸모 없어진 긴요한 것이라도
젊은 봄이 지나가면 눈길이 따라가는 것이
자고로 사내란
자신에게 여자일 수 없는 여자의 향기만 쫓다 기력이 떨어지면
童貞을 바쳤던 묵은 향기로 돌아가 안식을 취하는
한심한 노스탈지스트가 아니던가.


안성우(시인/경제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