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
공무원으로 퇴직한 정모씨(65세, 남)는 우연히 참석한 건강교육 행사장에서 식후혈당이 186mg/dL로 높게 나오자 당뇨병에 대한 정밀 검사를 위하여 병원을 찾았다. 지난번 정기 건강검진에서 측정했던 공복혈당은 98mg/dL로 당뇨병에 대해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던 그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내당능 장애’. 당뇨병 전단계라는 것이었다. 평소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간식을 즐겨하던 생활습관을 고치고, 규칙적인 운동프로그램으로 조절한 결과, 3년 후 공복 혈당은 93mg/dL, 식후 혈당은 136mg/dL로 정상범위로 회복되었다.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치유하기 힘든 당뇨병 단계로 접어들 수 있었다는 생각에, 정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진단 | 공복혈당 (mg/dL) | 경구 당부하 2시간 혈당(mg/dL) |
정상 | <100 | <140 |
공복혈당장애 | 100-125 |
|
내당능장애 |
| 140-199 |
당뇨병 | ≧126 | ≧200 |
■ 드러나지 않게 인슐린저항성 증가 中
‘공복’과 ‘식후’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인슐린 분비감소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인슐린은 체내의 포도당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혈당이 높아지면 분비되어 혈당을 낮추어주고, 혈당이 정상보다 떨어지면 인슐린 분비가 중단된다. 이때 인슐린이 분비되어 주로 작용하는 기관은 간, 근육, 지방조직이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되면 인슐린이 제 역할을 잘 못해서, 혈당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슐린 분비를 필요로 하게 된다. 초기에는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어느정도 정상혈당이 유지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췌장 세포의 기능이 감소하여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게 된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증가한 인슐린 요구량이 충족되지 못하면 혈당이 상승하게 된다. 초기에는 공복혈당장애 혹은 내당능장애로 나타나지만 인슐린 분비량이 더 떨어지면 결국 당뇨병이 된다.
■ 노인은 내당능 장애, 젊은이는 공복혈당장애 조심
인슐린이 분비되어 주로 작용하는 기관은 간, 근육, 지방조직이다. 보통 공복혈당은 간에서 조절이 되고, 식후 혈당은 근육에서 조절된다.
때문에 공복혈당 장애 상태에서는 흔히 간의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되나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은 동반되지 않는다. 반대로 내당능장애 상태에서는 간의 인슐린 저항성은 정상이거나 경증이지만,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은 심한 상태이다 인슐린 분비 반응에서도 차이가 난다. 공복혈당 장애 상태에서는 포도당 투여 후 초기 30분 이내의 초기 인슐린 분비가 정상보다 떨어져 있으나, 후기 인슐린 분비(60-120분 사이) 반응은 정상이다. 이에 비해 내당능 장애 상태에서는 포도당 투여 시 초기 인슐린 분비 반응도 저하되어 있고, 후기 인슐린 분비 반응도 떨어져 있다.
당뇨병도 그렇지만 공복혈당 장애와 내당능 장애는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한다. 특히, 내당능 장애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노인의 경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육량이 감소하여 식후에 올라가는 혈당을 근육에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연령층만을 비교한다면 공복혈당 장애 유병률이 내당능 장애 유병률보다 높다. 즉, 노인의 경우 내당능 장애를 젊은 층은 공복혈당장애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 당뇨전단계 환자 70%는 당뇨병 이환
2010년 당뇨병 추정환자는 35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당뇨병학회 공동연구, 2003). 대략 연간 전체 인구의 4-5% 정도가 당뇨병으로 진행한다고 추정되며, 당뇨병 전단계 상태 환자의 70% 가량은 일생 중에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환자가 가진 위험에 따라 각각 달라서 고령, 과체중이나 비만과 같은 다른 당뇨병의 위험요인을 동반하는 환자의 당뇨병 진행률은 더 높고, 인슐린 저항성이 아주 심하거나 인슐린 분비가 심하게 결핍된 경우에도 당뇨병으로 진행할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공복혈당 장애와 내당능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들의 당뇨병 발생률은 한 가지만 가지고 있는 환자보다 2배 가량 높다는 점이다. 두 군 사이에 비교된 연구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내당능 장애군이 공복혈당장애군보다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8.2%(남자 9.0%, 여자 7.2%)였으며, 공복혈당 장애 유병률은 남자 6.2%, 여자 4.0%였다. 내당능 장애 유병률은 거의 알려진 바 없다. 이는 건강검진에서도 공복 혈당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내당능 장애에 대한 통계는 거의 없고, 대규모 조사에서도 경구 당부하 검사를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당뇨뿐 아니라 심혈관계질환 위험 증가
당뇨병 전단계는 관리가 안 되면 대부분 당뇨병으로 진행한다. 또한 당뇨병 전단계 자체는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당뇨병 전단계에 대한 관리는 당뇨병 예방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있으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이 당뇨병 없는 군보다 약 2-4배 정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정상혈당군보다 심뇌혈관 합병증이 1.1-1.4배 증가한다. 특히, 내당능 장애가 공복혈당 장애보다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을 더 잘 예측한다고 알려져 있다.
■ 당뇨전단계는 약물보다 생활습관 개선을
당뇨병 예방을 위해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 투여를 시행하였다. 외국의 대표적인 연구를 종합하면 생활습관 교정으로 약 60% 가량의 당뇨병 진행을 막을 수 있었으며, 약물 치료로는 30-60% 가량의 당뇨병 발생을 막았다. 이는 생활습관 개선이 약제보다 당뇨병을 억제하는 데 보다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생활습관 개선의 내용은 평소보다 500kcal 적게 섭취하고, 전체 칼로리의 20-25% 미만으로 지방질 섭취를 줄이는 한편, 주당 150분 이상 운동(활동량 증가)을 통해 체중의 5-10%를 감량하도록 한다.
당뇨병 전단계별로 구분하여 설명하면, 공복혈당 장애는 비만이 동반된 젊은 사람에게 흔하므로, 칼로리 제한과 지방 섭취 제한, 운동을 통하여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내당능 장애는 나이가 든 중년이나 노인에게 흔하므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유지시켜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주어야 한다/출처 한림대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