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환자의 90%가 바로 제 2형 당뇨에 속하는데 한국인의 마른 당뇨는 제2형에 비해 비만하지 않으며 인슐린 저항성 또한 심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한국인의 특성 때문에 최근에는 마른당뇨를 중간단계인 '1.5형 당뇨‘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른당뇨의 원인
췌장이 작다!
당뇨병에 있어 췌장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췌장에서는 혈당 조절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생성되는데 인슐린은 섭취한 탄수화물, 즉 포도당을 혈액에서부터 세포 안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안되거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면 세포는 기아 상태가 되고, 이것이 당뇨인 것이다.
이처럼 당뇨병과 췌장, 그리고 인슐린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따라서 췌장의 크기가 작고 인슐린 분비 절대량이 적은 한국인은 당뇨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량을 늘렸다, 줄였다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베타세포인데, 이것은 혈액 속에 포도당이 많으면 인슐린 분비량을 늘리고, 적으면 그만큼 줄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췌장의 베타세포의 수가 서양인보다 70~80%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이 선천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췌장의 베타세포가 적은 이유는 옛날 선조들의 영양섭취가 부족했던 영양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단순히 더 나쁜 체형을 타고 났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체형에 맞지 않는 식사를 우리가 너무 급속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한다. 즉, 우리나라 전통 식사를 보면 췌장이 서양인에 비해 그렇게 발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인데. 그런데 현대에 들어 이런 내부장기의 성쇠를 무시하고 서양 식단을 급속도로 받아들이고 주식이 되가면서 그 폐해가 커진 것으로 이것은 그저 당뇨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고지방식을 해도 대장암의 발병율은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더 높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으로 흔히 거론되는 게 서구형 식습관에 따른 과체중과 비만이다. 고열량·고지방 식단과 운동 부족 등에 따른 과체중·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결국 당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혈당)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만성질환이다. 방치하면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신경병증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과 통계청 집계를 종합하면 국내 당뇨병은 유병률이 만 30세 이상에서 11.3%에 달하고, 사망 원인으로는 7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당뇨병의 원인으로 흔히 거론되는 게 서구형 식습관에 따른 과체중과 비만이다. 고열량·고지방 식단과 운동 부족 등에 따른 과체중·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결국 당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과체중·비만이 아닌 사람에게도 당뇨병은 발병한다. 흔히 '마른 당뇨병'으로 불리는 정상체중 이하의 당뇨병이다.
마른 당뇨의 원인은 대부분 근육 손실입니다. 인슐린은 우리 몸에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기능도 합니다.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은 막아주고요. 그런데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그 기능이 떨어져 있어서, 단백질이 안 만들어지고 잘 분해됩니다.
또한, 내장지방은 팔과 다리, 그리고 엉덩이의 지방보다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염증 유발 물질과 독성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에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마른 당뇨의 주요원인이 복부비만, 필히 관리하여야 한다.
특히 서구보다 비만율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많은 수의 마른 당뇨병이 발병하고 있어 경각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2001~2021년 체질량지수에 따른 한국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 변화. (A) 2001년과 2019~2021년 사이의 당뇨병 유병률, (B) 2001년 대비 2019~2021년의 당뇨병 증가율 변화. [논문 발췌]
연구팀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정상체중 이하, 과체중·비만으로 나눠 최장 20년 동안의 당뇨병 유병률 추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01년 당시 6.6%였던 정상체중 이하 그룹의 당뇨병 유병률은 18∼20년이 지난 2019∼2021년에는 평균 8.8%로, 33.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과체중·비만 그룹의 당뇨병 유병률은 12.1%에서 16.3%로 늘어 증가율이 34.7%였다.
상대적인 당뇨병 유병률은 과체중·비만 그룹이 정상체중 이하 그룹보다 높았지만, 전체적인 유병률 증가세는 두 그룹이 비슷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성별로는 여성에서 마른 당뇨병이, 남성에서 과체중·비만 당뇨병이 각각 더 두드러졌다.
또한 마른 당뇨병에서는 인슐린 수치가 낮고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했지만, 과체중·비만형 당뇨병에서는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소가 더 많은 특징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로 볼 때 기존 당뇨병 관리 및 예방 전략이 비만 환자 중심으로 설계됨으로써 정상체중 이하에서 당뇨병 위험 가능성이 작게 인식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정수경 부연구위원은 "마른 체형의 당뇨병 유병률 증가에 정책적, 임상적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라며 "특히 마른 체형은 영양 부족과도 관련이 있고, 확률적으로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건강 불평등 요소 발굴 및 사회경제적 접근을 고려한 정책 개발에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정상체중 이하에서는 당뇨병 예방을 위해 GLP-1 억제제 등의 비만약을 무분별하게 이용하기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유산소 운동과 저항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충남의대 내분비대사내과 이주희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게서 마른 체형이면서 베타세포 기능 감소를 가진 당뇨병 환자가 존재하는 건 유전적인 영향을 시사한다"면서 "비만이 아니어도 부모, 형제자매 중 당뇨병이 있는 19세 이상 성인은 매년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경구포도당내성검사 등을 이용한 당뇨병 검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충남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공동연구팀은 2001∼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8만9천72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마른 당뇨병 환자의 증가세가 과체중·비만형 당뇨병과 유사한 추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