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내조명의 대명사는 아마도 형광등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어른들은 빈 방에 형광등을 켜고 있는 것을 쉽게 용인하지 않았다. 전기세와 형광등의 사용기간을 생각하면서 바로 용무가 끝나면 소등하여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공공기관, 회사, 주택에도 LED 조명이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시대의 기술발전은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몇년 전에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람브라 궁전 야경을 보기 위해 인터넷으로 어렵게 구입한 야간 입장권을 가지고 저녁 늦게 도착하였다. 저녁 9시가 되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광장에 운집하는 모습에 가슴 설레이며 천천히 입장하였다. 아랍어로 '붉은 궁전'이라고 번역되는 알람브라 궁전은 1238년부터 1358년 사이 이슬람세력인 무어족인 나스르왕조가 축성한 궁전인데 여름 별장인 헤네랄리페 정원과 함께 하나의 완성미 있는 성채를 이루고 있다. 한낮에 그렇게 멋진 모습을 뽐냈던 궁전은 한밤중이 되서야 비로소 수줍게 입장을 허락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수줍은 모습은 보인 이유는 바로 현대 문명의 하나인 LED조명에 의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민낯을 애써 보여주고 있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알람브라궁전의
최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즐겨보다가 문득 몇 년 전에 다녀온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연길시가 생각이 났다. 연길시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중심 도시로서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연길시에 남은 조선족 인구는 15만이 채 안된다고 해서 자치주라는 명칭마저 위험할 정도라고 한다. 연길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깨끗했고 밤의 정취는 여느 도시와 같이 보기 좋았고 화려했다. 늦은 밤거리를 걷다가 허기가 돌아 무심코 들어간 롯데리아 건너편 연대(延大)라고 불리는 연변대에서 끝없이 뿜어내는 화려한 조명을 보면서 연변시가 지저분할 것이라는 나의 좁은 선입관은 여지없이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가볍게 햄버거 하나 먹고 바로 들어간 연변대에서 잠시 산책한 후 숙소에 들어왔어도 낯선 곳에서의 잠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호텔객실 안으로 비춰지는 햇살에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밖을 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가볍게 세수만 하고 호텔에서 나와서 주변 상가를 벗어나 강까지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한강과 같은 분위기를 가진 강은 여진어로 “버드나무가 무성하다는 뜻의 ‘부르하통하’이라는강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유로움으로 늦잠을 충분히 자고 있어나 TV를 켜니 오래전에 개봉했던 홍콩영화 '중경삼림'이라는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주요 영화 내용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로 되어있는데 첫 번째의 테마를 보면 미남 경찰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그녀가 좋아하는 파인애플 통조림을 그 자신의 생일과 동일한 유통기한의 통조림을 마구 모으는데 마침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폐기 처분하다는 편의점 직원의 말을 듣고 유통기한이 도래한 모든 통조림을 먹어 버린다. 그러면서 '만약에 사람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 중경삼림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유명한 독백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2021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혼인 지속기간별 이혼 구성비는 결혼 0-4년(18.8%), , 30년이상(17.6%), 5-9년(17.1%)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이혼율(해당 연령 인구 1천명당 이혼건수)도 남자는 40대 후반이 7.4건, 여자는 40대 초반이 7.8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늘 간절한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생활이 알콩달콩 평생 갈 것 같은 데 어느 순간에 누구보다도 적대적
얼마 전 필자는 한양도성길 트레킹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의 도읍지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성곽의 높이는 평균 5~8미터, 전체 길이는 약 18.6km이다. 한양도성길의 주요 문루를 보면 4대 문 4 소문으로 되어있다. 4대 문은 동서남북으로 숭례문(남대문, 국보 제1호), 흥인지문(동대문, 보물 제1호), 돈의문(서대문), 숙정문(북대문, 이후 홍지문이 대신함), 4 소문은 혜화문, 광화문, 소의문, 창의문으로 모두 사적 10호로 지정되어 있다. 옛날부터 주변사람들 중에 품행과 인품이 갖추어지지 못한 이들을 "사가지(싹수) 없는"사람이라 하는데 이는 유교의 "인, 의, 예, 지"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인데 한양도성의 4대 문의 이름에 각각 투영되어있다. 흥인지문에는 "인", 돈의문은 "의", 숭례문은 "예", 홍지문은 "지"가 들어있다. 이렇듯 선조의 지혜의 담겨 있는 한양도성의 문루를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현재는 서대문이라 불리는 돈의문은 일제 강점기 때 철거되는 아픔이 있었으나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건재하다.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일제강점기에 보물 제1호, 제2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해방이후 19
로마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한 군인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개선문을 통과한다. 맨 앞에 말을 탄 장군은 멋진 투구를 벗은 채 머리를 휘날리며 길 가에서 열광하는 시민들을 향하여 한쪽 손에 들고 있고 있는 칼을 높이 빼어 들고 환호성에 보답한다. 승리에 도취된 병사들은 하늘을 울리는 웅장한 발자국 소리로 시민들의 갈채에 화답한다. 그러나 개선하는 병사들 끝에는 노예들로 이루어진 한 무리가 "모멘토 모리", "모멘토 모리"를 외치며 걸어온다. 삶의 안도와 죽음의 두려움이 교차하는 군의 퍼레이드는 이처럼 진지했다. "모멘토 모리" 이는 "언제가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라는 뜻으로 "이번 전쟁은 승리하여 살아났지만 우리는 언제 가는 죽는다"라는 것!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식하고 살아가라는 의미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 태어나서 한 번은 꼭 죽는다. 수많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삶(Well being)과 아름다운 죽음(Well deing)을 꿈꾸고 이를 위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매일 아침 상큼한 흙냄새와 나뭇잎 냄새, 싱그러운 새소리를 듣던 초록의 젊음을 만끽하다가 어느새 축축한 길바닥 위에 젖은 낙엽이 나딩글듯이 안
임신 중 대장염, 자녀 장 건강에 치명적 영향…생후 초기 치료 ‘골든타임’ 규명 경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은수 교수 연구팀(경북대 이지민 박사, 부경대 김민지 교수, JD바이오사이언스 이호열 박사, 경북대 신재호 교수)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임신 중 대장염으로 인한 모체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이 자녀의 장 발달과 면역 체계 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임신 중 대장염을 앓은 모체에서 태어난 자녀의 장 환경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모체의 장 염증은 자녀에게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의 결핍을 초래하고 장 줄기세포 증식을 방해해 장벽 보호 기능을 크게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기에 대장염에 훨씬 더 취약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김은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장내 미생물 관리가 자녀의 평생 건강을 설계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임신 중에도 치료를 지속해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건강한 미생물 유산을 물려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생후 초기 단계가 장내 미생물 치료의 ‘골든타임’이
초고령사회 배뇨장애 관리, 도뇨관 돌봄의 전환과 사회적 책임 한국전립선 배뇨관리협회가 지난 3월 1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초고령사회 배뇨장애 관리의 전환: 도뇨관 돌봄의 현실과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2026년 3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과 맞물려, 고령사회에서 배뇨장애 및 도뇨관 관리 문제를 국가적 보건 돌봄 전략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았다. 고령사회, 배뇨장애는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과제서영석 국회의원은 “고령인구 증가로 배뇨장애, 요실금, 도뇨관 관리 문제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보건 돌봄 과제”라며, 감염 예방·삶의 질·의료비 부담과 직결되는 만큼 의료와 돌봄, 정책이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책임임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입원환자의 약 10%에서 병원감염이 발생하며, 그중 40%가 요로감염이다. 특히 요로감염의 80%는 도뇨관 관리 문제에서 비롯되며, 이는 항생제 내성균 증가와 패혈증으로 이어져 치사율을 5~10%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도뇨관 관련 요로감염 1건당 추가 비용은 최
일본은 ICT 기반 원격 재활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확대하려는 반면, 한국은 아직 연구·시범사업 중심으로 제도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본은 ‘수가 제도화’가 보류된 상태지만 정책적 방향성이 명확한 반면, 한국은 국립재활원과 학계 중심으로 기술 개발 및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입니다. 일본 원격 재활 정책 (제3차 5개년 계획)목표: 뇌졸중·심혈관질환 환자의 급성기 → 회복기 → 만성기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재활 의료체계 구축.ICT 활용: 원격 모니터링·화상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가정에서 치료 가능.장점: 인력 부족 지역·고령 환자 대상 치료 접근성 확대.현황:2026년 진료 수가 개정에서 원격 재활 수가 도입은 보류.임상 효과·비용 효율성·안전성 검토 필요.과제: 환자·가족의 기기 활용 역량, 장비 비용 부담, 정부 지원 체계 마련 . 한국 원격 재활 정책 현황연구 중심: 학계(대한물리의학회)에서 원격재활의 현황과 전망 연구 진행.지리적 제약 극복, 치료 연속성 확보 가능성 강조 .국립재활원 역할:AI 기반 지역사회 재활 기술 개발 사업 추진.장애인 맞춤형 보조기기 플랫폼 운영, ICT 기반 재활 연구 확대 .과학기술 정책: 원격의료 실현을 위
AI에 묻고 약국으로… ‘디지털 자의적 판단’이 불러올 의료 재앙 — 현장 약국·전문가 인터뷰와 사례로 본 현실 AI가 ‘가짜 전문의’가 된 사회최근 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전 스마트폰을 켜고 생성형 AI에게 증상을 묻는 풍경이 일상이 되고 있다. AI의 답변을 근거로 약국에서 일반의약품(OTC)을 직접 구입해 복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새로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AI 조언에 의존한 60대 환자서울에 거주하는 62세 A씨는 혈압약과 혈액 응고 저해제를 복용 중이었다. 무릎 통증이 심해지자 AI에게 증상을 입력했고, “NSAIDs 성분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약국에서 해당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를 구입해 복용했지만, 며칠 뒤 갑작스러운 위장관 출혈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료진은 “기존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복용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지현 교수(신경과, 이대서울병원) “AI는 확률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낼 뿐, 환자의 혈액 수치나 신장 기능 같은 개별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잘못된 임상 결과나 허위 용량을 사실처럼 제시하는 ‘할루시네이션’은 의학 분야에서 치명적입니다.” 박민수 약사(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