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췌장 베타세포 노화를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팀은 기존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와 α-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결과,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췌장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생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기능 저하로 인해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구 결과, 두 약물의 병용 투여는 인슐린 분비 회복과 노화 단백질 발현 감소를 통해 췌장 베타세포의 항노화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췌장뿐만 아니라 신장 조직에서도 확인되어, 제2형 당뇨병의 항노화 치료 전략으로서의 잠재력을 시사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연구팀은 비만형 제2형 당뇨병 동물모델인 db/db 생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SGLT2 억제제(enavogliflozin)와 α-글루코시다제 억제제(acarbose)를 단독 또는 병용 투여한 후, 베타세포 기능과 노화 억제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총 5개 그룹(정상군, 당뇨 대조군, 각 약물 단독 투여군, 병용 투여군)을 대상으로 6주간 경구 투여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경구 포도당 부하검사(OGTT), 인슐린 분비지수, HOMA-β 지수(베타세포 기능 지표) 등을 측정하고, 체내 β-HB 농도와 NRF2 단백질 발현을 분석하여 항노화 기전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실험 결과, 병용 투여군에서 혈당 조절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인슐린 분비지수와 HOMA-β 지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 면적 역시 넓어져 베타세포 기능 회복을 입증했다. 노화 마커 분석에서도 병용 투여군에서 p16, p21, p53 등의 발현이 뚜렷하게 억제되었으며, 면역염색 분석 결과 노화 마커 감소와 함께 인슐린 양성 세포 회복이 확인되었다.
특히, 병용 투여군에서는 체내 β-HB 농도가 증가했으며, 세포 실험을 통해 β-HB가 노화된 베타세포 내 NRF2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키고 노화 마커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β-HB와 NRF2 경로가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중요한 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승인 약제의 병용을 통해 췌장 베타세포 기능 회복과 노화 억제라는 추가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당뇨병의 특성을 고려하여, 인체 대상 임상 연구를 통해 동일한 효과가 재현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및 대사질환 분야의 국제학술지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온라인에 게재되었다.